파리 '노란조끼' 시위서 전 복싱챔피언이 경찰 마구 때려
거구의 복서, 진압 경찰관에 주먹 날리고 발길질…경찰 추적 중
경찰서장급 간부는 무방비상태 시민 얼굴에 주먹질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경찰이 파리 시내의 '노란 조끼' 8차 집회에서 진압 경찰관에게 주먹을 마구 휘두른 전직 복싱 챔피언을 쫓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미술관과 튈르리 정원을 잇는 인도교 위에서 '노란 조끼'(Gilets Jaunes) 시위대와 경찰 간에 충돌이 빚어졌다.
경찰이 시위대에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서자 검은색 재킷을 입고 장갑을 낀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갑자기 나타나 경찰관 1명을 상대로 집중적으로 주먹을 날렸다.
제대로 된 복싱 스텝을 밟으며 이리저리 펀치를 휘두르는 거구의 남자 공격에 방패와 헬멧, 진압봉으로 중무장한 경찰관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런 장면은 현장에 있던 사람이 스마트폰 영상으로 촬영해 소셜네트워크(SNS)에 올려 급속도로 퍼졌다.
인터넷에 올라온 다른 영상에서는 이 남성이 주먹을 날려 쓰러트린 경찰관에게 발길질(싸커킥)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프랑스 경찰은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고서 몇 시간 뒤 문제의 남성이 전 복싱 챔피언임을 확인, 그를 추적 중이다.
프랑스국가경찰노조(SCPN)는 트위터를 통해 "복서인 당신은 수많은 룰을 어겼다. 당신에게 형법을 가르쳐주겠다"고 밝혔다.
SCPN의 파트리스 리베이로 사무총장은 7일자(현지시간) 일간 르 피가로에 경찰을 마구 때린 인물이 "전직 복서인 크리스토프 데틴제"라면서 "노란 조끼도 입지 않은 그는 오로지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하려고 (시위에) 끼어든 패거리 중 하나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7세에 키 192㎝의 거구인 데틴제는 2007∼2008년 프랑스 프로복싱에서 두 차례 챔피언을 거머쥔 권투선수 출신으로, 18승 4패 1무의 전적을 갖고 있다. 은퇴 후 파리 근교에서 공무원으로 일해온 그는 현재 경찰의 추적을 피해 달아난 상태다.
시위진압에 나섰다가 복서에게 린치를 당한 경찰관은 15일간의 병가를 내고 치료를 받고 있다.
프랑스 복싱협회는 성명을 내고 "전직 프로복서로 확인된 인물의 비열하고도 용인할 수 없는 행동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복서에게 린치를 당한 경찰관이 있는가 하면 같은 날 다른 도시에서는 경찰서장급 간부가 무방비상태의 시위대를 세워놓고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 장면도 공개돼 경찰을 비난하는 여론도 일고 있다.
리베라시옹 등 프랑스 언론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지난 6일 남부도시 툴롱에서는 고위급으로 보이는 경찰 간부가 벽에 등을 대고 서 있는 한 흑인 청년의 얼굴에 무차별적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이 장면을 본 다른 경찰관들이 나서 해당 간부를 뜯어말렸지만, 간부는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 다시 무방비상태의 청년에게 다가가 얼굴에 주먹질했다. 그는 이어 다른 '노란 조끼' 시민의 멱살을 잡고 또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문제의 경찰은 지난 1일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은 디디에 앙드리외로 확인됐다. 그는 400여명의 경찰부대를 이끄는 서장급 간부다.
영상이 공개되자 바르지방경찰청은 앙드리외에 대한 공식 감찰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트위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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