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으로 '신시대' 내세운 시진핑, 미래는 불투명"

입력 2019-01-07 18:54
수정 2019-01-07 22:05
"자신감으로 '신시대' 내세운 시진핑, 미래는 불투명"

허자오톈 연구원 '시진핑 시대 중국 사상의 길' 토론회서 강연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마오쩌둥(毛澤東)은 국가와 사회를 통제할 카리스마가 있었습니다. 지금 지도자들은 마오 같은 권위가 부재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진핑(習近平)이 생각하는 대로 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최근 출판사 창비가 펴낸 '현대 중국의 사상적 곤경'을 쓴 허자오톈(賀照田) 중국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 연구원은 7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시진핑 시대 중국 사상의 길'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서서 이같이 말했다.

'현대 중국의 사상적 곤경'에서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에서 발생한 사상적 공백을 분석한 허 연구원은 토론회에 참가해 2017년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공개된 시진핑 사상에 대해 설명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새로운 통치이념으로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을 제시했다. 이는 덩샤오핑(鄧小平)이 1982년 12차 당대회 업무보고에서 밝힌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건설'과 유사하면서도 '신시대'라는 표현이 다르다.

허 연구원은 "중국 현대사를 보면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될 때 '신중국'이라고 했고, 문화대혁명이 끝난 1978년 '신시기'라는 말을 썼다"며 "신시대는 신중국보다는 약하나 신시기보다는 강한 어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반인이 느끼기에 시진핑 집권 이후 신시대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로 사회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허 연구원 진단이다.

그는 "시진핑이 신시대라는 말로 앞 시기와 거리를 두려 하지만 구체적 업무 형태를 보면 비슷하기 때문에 신시대라는 용어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다"며 "이전에는 중국에서 인민 대중의 물질·문화 수요와 낙후된 생산력 사이에 모순이 발생했다면, 지금은 갈수록 커지는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인민의 수요와 불균형 혹은 부조화 사이에 모순이 일어난다고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주석을 지낸 장쩌민(江澤民)이나 후진타오(胡錦濤)가 자신의 사상을 마르크스·레닌주의부터 마오쩌둥, 덩샤오핑 사상을 계승하는 지위에 두려고 했던 것과 달리 시 주석은 본인 사상에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허 연구원은 "중국 공산당에는 지도자가 사상을 독점하면 정치적으로 권력을 독점하는 것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다는 전통이 있다"며 "신시대는 단순한 하나의 수식어가 아니라 강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표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시기를 주창한 1970년대 말과 비교하면 중국 정치가 어떻게 전개될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미래를 예상할 또 다른 단서로 '투쟁'이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허 연구원은 "과거에는 위대한 사회주의 사업을 하다 문제가 생기면 투쟁을 한다고 했지만, 시진핑은 제19차 당대회 업무보고에서 가장 먼저 위대한 투쟁을 언급했다"며 "위대한 투쟁을 하지 않으면 위대한 사업과 꿈을 지탱하는 기반이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을 줬다"고 분석했다.

그는 "마오 시대에도 계급투쟁을 우선시했지만, 이와 조화를 이루는 일련의 이론이 있었다"며 "시진핑에게는 투쟁과 조화하는 사상이 없다"고 꼬집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정치 행보는 이전 지도자와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특히 개혁과 개방을 추진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취한 덩샤오핑과 대비된다.

허 연구원은 "시진핑은 지방 행정이나 언론에 자율성을 주지 않는 편"이라며 이 같은 행동의 바탕에 강한 자신감이 있다고 역설했다.

"공산당이 내는 많은 보고서를 분석하면 중국을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감을 내비치는 시진핑의 사상과 행동이 앞으로 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직은 시진핑이라는 인물과 리더십을 단정하기 어려운 듯합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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