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피해신고센터 운영 부실…지원 약속 '헛구호'

입력 2019-01-07 11:34
형제복지원 피해신고센터 운영 부실…지원 약속 '헛구호'

센터 문 닫힌 날 많아…전화도 없어 신고하려면 시청으로

공무원 1명이 신고 접수·상담에 형제복지원 TF 업무까지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신고센터가 부산에 개소한 지 2주가 됐지만, 지자체 지원 부족 등의 문제로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7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부산 도시철도 전포역사 내 설치된 피해신고센터는 매일 운영되지 않고 있다.

1주일에 2∼3차례 문을 여는 것이 고작이고, 문을 여는 날도 일부 시간대에만 연다.

피해신고 센터와 관련한 업무를 하는 부산시 담당 공무원은 1명밖에 없다.

피해자 신고접수·상담 업무를 비롯해 형제복지원 TF 업무도 전반적으로 담당하기 때문에 문을 상시로 열기 어렵다는 게 부산시 설명이다.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자 대표는 "담당 직원 1명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인력 부족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다"면서 "센터는 상시로 운영돼야 하고 필요할 경우 토요일도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센터에는 전화도 개통돼 있지 않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들이 실제로 신고를 하려면 부산시로 해야 한다.

시가 예산안을 이미 편성한 이후 센터 개소 등이 결정되는 바람에 센터 운영비 예산이 없어 올해 추경만 기다리는 상황이다.

센터 개소 후 피해자 연락이 잇따르지만, 신고 건수 등 관련 통계조차 관리가 잘 안 되는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피해자분들 연락이 오면 인적사항과 간단한 피해 내용 위주로 수첩에 기록하고 있는데 현 상황에서 건수 등 파악이 어렵다"면서 "이번 주에는 신고자를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 등으로 분류하는 작업을 한 뒤 실제적으로는 내주 14일부터 본격적으로 상담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지난해 9월 형제복지원 사건이 대법원에 비상상고 되기 전 피해자들에게 머리를 숙이며 특별법 제정과 대책 마련에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센터 지원과정에서 보듯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형제복지원 피해자모임이나 다른 시민단체 등에 센터 운영 협조를 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모임이 비영리단체로 아직 등록되지 않아 부산시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법률 요건을 못 갖춘 점도 서둘러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박민성 부산시의원은 "지원이 이뤄지려면 우선 비영리단체 등록이 빨리 돼야 한다"면서 "부산시도 비영리단체 등록이 이뤄지면 예산 지원 등을 할 준비가 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1970년부터 1987년까지 운영된 형제복지원에서 지옥 같은 생활을 보낸 원생들은 대략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현재 형제복지원 진상규명 대책위원회와 연락이 닿는 피해자는 270명 정도다.

형제복지원 트라우마로 피해자들은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다수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등 빈민층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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