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광석 23주기, 그의 노래를 품은 청춘을 셀수 있을까

입력 2019-01-06 21:10
故김광석 23주기, 그의 노래를 품은 청춘을 셀수 있을까

6일 '김광석 노래 부르기' 대회 열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6일 오후 5시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입구 한켠 고(故) 김광석의 노래비 앞에 소주잔과 담배 한 개비, 팬카페 둥근소리 회원들의 꽃바구니가 놓였다. 노래비를 지나는 사람들은 향을 피우고 두 손 모아 묵념을 했다.

이날은 '영원한 가객'(歌客) 김광석(1964~1996)의 23주기. 조각가 안규철 씨가 브론즈 부조로 제작해 2008년 1월 6일 세운 노래비 속 김광석은 11년간 기타 치는 모습으로 비바람을 맞으며 자리를 지켰다. "안녕하실 테죠? 김광석입니다. 어서 오세요"라는 생전 인사가 들려오는 듯했다.

양력 기일은, 세월에 녹슬지 않고 우리 삶의 변곡점마다 아리게 파고든 고인의 명곡이 다양한 목소리로 터져 나오는 날이기도 하다. 올해도 김광석이 1991~1995년 1천회 공연을 연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김광석 노래 부르기 2019'가 열렸다.

2012년 시작한 '김광석 노래 부르기'는 가수 겸 공연 연출가 김민기가 회장인 김광석 추모사업회가 8년째 주관하는 노래 경연 대회다. 프로와 아마추어 경계 없이 고인을 사랑하는 이들이 명곡을 재해석해 부르고 연주하는 자리다.



진행을 맡은 가수 박학기는 무대에 올라 생전 애주가 친구에게 건네듯, 산삼주 한잔을 따라놓고 향을 피웠다.

"이곳은 김광석 씨가 가장 많은 공연을 해 흔적과 땀, 영혼이 묻어있는 곳입니다."

공간을 대신 채운 건 세대를 가로지른 김광석의 노래였다. '이등병의 편지', '서른 즈음에', '사랑했지만' 등 고인의 낭랑한 이야기를 품은 청춘을 셀 수나 있을까.

이를 증명하듯 본선 진출자들은 20~30대가 주를 이뤘으며 최연소 참가자인 고등학생부터 최고령자인 5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이미 데뷔한 가수, 재미 교포, 외국인 출연자까지 가세해 울림의 크기를 키웠다.

고등학교 선생이 노래하고 제자가 연주한 사제팀, '서른 즈음에'를 영어로 개사해 부른 재미 교포 싱어송라이터, '그날들'을 10대 감성으로 해석한 여고생, 어머니 나라의 문화를 배우다가 김광석 음악을 접한 미국 여성, 군대에서 만난 3인조 방탄모소년단 등 개성 넘치는 참가자들이 즐비했다. 아코디언, 기타, 건반, 바이올린과 첼로 등 각종 악기가 무대에 올랐고, 소품을 준비해 상황극을 연출한 참가자도 있었다.

그중 김민기가 연출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배우이자 '위대한 탄생' 출신 가수 손진영, 인디 뮤지션 하이미스터메모리(본명 박기혁)는 자신들의 삶에 고인의 노래가 영향을 미쳤다며 참가 이유를 설명했다.

손진영은 "서태지 선배 음악을 즐기는 세대인데 김광석 선배의 노래를 듣고 치유하며 아픔을 없앴다. 기타를 치고 싶다는 생각에 처음 연습한 노래"라며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선사했다.

하이미스터메모리도 "크리스마스이브에 연인과 있고 싶듯이, 오늘은 광석 형을 사랑하는 사람과 있고 싶어 출전했다"며 고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후 만든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들려줬다.

이날 심사는 고인의 형 김광복 씨를 비롯해 싱어송라이터 권진원, 자전거탄풍경의 강인봉, 유리상자의 이세준, '서른 즈음에'의 작곡가인 음악감독 강승원 등 고인과 생전 인연이 깊은 추모사업회 회원들이 맡았다.

1등인 '김광석 상'은 고양국제고등학교 사제 팀인 혼성 4인조 GGHS가 받았다. 우승자에게는 마틴 기타가 부상으로 수여됐으며, '김광석 다시 부르기 콘서트'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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