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규모 커진 양대 노총, 사회적 책임 크다

입력 2019-01-06 15:01
[연합시론] 규모 커진 양대 노총, 사회적 책임 크다

(서울=연합뉴스) 노동계를 대표하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조합원이 대폭 늘어났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처음으로 조합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민주노총 조합원도 잠정적으로 90만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노동자를 존중하고 노동을 중시하려는 사회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국민의 대부분이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노동계가 우리 사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노동자 입장 대변과 권익 강화를 위한 조직화는 긍정적이다.

다만 규모가 커진 양대 노총의 사회적 책임 또한 무겁다. 우리 사회는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정규직화, 주력산업 위기, 청년실업, 최저임금, 국민연금개혁, 저출산, 고령화 등 노동계의 협력과 이해 없이는 풀 수 없는 난제가 산적해 있다. 최저임금 문제만 해도 정부는 다음 주 결정구조 개편과 관련해 초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구간설정위원회를 전문가들로 구성한 뒤, 구간설정위원회가 먼저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정하면 그 구간 안에서 결정위원회가 최저임금을 정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을 결정하면서 당사자인 노동자보다 전문가 의견을 더 반영하는 것은 최저임금 제도의 무력화, 노사 자율성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경제·산업계 최대 현안의 하나로 떠올랐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 문제는 다른 현안 논의를 실종시키는 '블랙홀'이 될 정도로 논란이 많았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 보전이라는 취지를 살리는 동시에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지나치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지난 2년 동안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자, 소규모 사업장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했고, 이는 고용 감소로 이어진 것이 현실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노동계는 자체 입장만 내세워서는 안 된다. 노동계, 경영계, 정부는 앞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와 고용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합리적 인상 수준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양대 노총의 규모 확대에도 국내 노조 조직률은 10%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두 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가 훨씬 많다는 뜻이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노조 설립조차 못 하고 있다. 두 노총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대·중·소 기업 임금 격차 해소 등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는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 노동자의 권익 향상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노동계 대변자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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