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 서부발전 정비업체 514억원 수주…입찰제한 없었다
'김용균 사건' 1년전 1명 사망·2명 부상했지만…2명 이상 숨져야 입찰제한
감독소홀 서부발전 직원 '솜방망이' 징계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목숨을 잃기 1년 전에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1명이 사망했지만 안전관리 소홀로 사고를 낸 업체는 이후 별다른 제약 없이 한국서부발전으로부터 총 500억원대 정비계약 등을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부발전은 사고와 관련해 발전소 유지보수업체 A사로부터 작업이 지연된 데 따른 지체상금(보상금) 등을 받았을 뿐 입찰을 제한하지는 않았다. 또, 감독을 제대로 안 한 직원에겐 솜방망이 징계만 내렸다.
6일 서부발전에 따르면 2017년 11월 15일 A사가 태안화력발전소 3호기 계획 예방정비공사를 하던 중 A사의 하도급업체 B사 소속 근로자 C씨가 보일러 공기예열기 내부에서 회전 설비와 구조물 사이에 끼여 숨졌다.
서부발전 조사 결과, A사는 해당 작업을 B사에 하도급하거나 관리하는 과정에서 법령 또는 계약 조건을 위반했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공공기관 발주 공사를 도급받은 업체가 하도급하는 경우 그 계획을 공공기관에 제출해 적정성 검토를 받도록 규정했으나 A사는 작업을 하도급하면서 이를 생략했다.
또 감독원 지시 없이 임의로 작업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주요 사항 변경은 서부발전의 승인을 받아야하지만 A사는 이를 무시하고 협의 없이 점심시간에 작업을 재개했다가 사망사고가 났다.
A사는 근로자가 설비 등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할 우려를 사전에 인지했으면서도 작업자에게 이런 위험을 알리지 않아 사고 원인을 제공하는 등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한 것으로 서부발전은 결론내렸다.
서부발전 직원도 현장관리·감독 업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조사됐다.
C씨 사망 2주 전에는 A사 직원과 하도급업체 소속 근로자가 폭발성 화염에 화상을 입었다.
A사는 이 사건을 감추다가 연합뉴스 등의 보도로 사고가 알려지자 뒤늦게 서부발전에 보고했다.
서부발전은 A사가 건설산업기본법 등을 위반했고, 서부발전 측 담당자는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서부발전은 사망사고로 계획예방정비가 지연되자 A사로부터 지체상금과 벌과금 명목으로 3억5천여만원을 받았다.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서부발전 직원 중엔 4명이 '견책' 처분을 받았고 2명은 '주의'를 받았을 뿐이다.
서부발전에 따르면 견책은 4가지 징계 중 가장 수위가 낮으며 주의는 징계로 분류되지 않는다.
또 A사는 사고 이후 서부발전에서 일감을 받는 과정에서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서부발전 측은 2017년 사망사고 발생 후 A사가 서부발전으로부터 9건의 계약을 따냈고 계약금액 합계는 약 514억원이라고 밝혔다.
특히 서부발전은 작년 1월 31일에는 계약금액 약 289억원 규모인 '태안·서인천 기전설비 경상정비공사'를 수의계약으로 A사에 맡겼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A사의 경우 사망자가 1명이어서 입찰 제한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은 안전·보건 조치를 소홀히 해 근로자가 동시에 2명 이상 사망해야 입찰 참가를 제한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김용균 씨의 사용자인 한국발전기술 역시 이후에도 큰 제약 없이 서부발전과 계약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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