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정부, 2천루피 고액권 발행 중단"…검은돈 차단 목적
현지 언론 "유통량 줄여 단계적으로 퇴출할 듯"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정부가 검은돈 유통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고액 지폐인 2천 루피(약 3만2천원)를 찍어내지 않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4일 보도했다.
인도 고위 관계자는 정치전문매체 더프린트에 2천 루피 지폐의 유통량을 줄이려고 신규 발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인도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2천 루피 지폐의 유통을 완전히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더프린트는 설명했다.
인도는 2016년 11월 8일 검은돈 유통을 막겠다며 전격적으로 화폐 개혁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 아무런 예고 없이 하루아침에 시중 유통 현금의 86%를 차지하던 500 루피(약 8천원), 1천 루피(약 1만6천원) 지폐 사용을 일시에 중지하고 새 지폐로 교체했다. 2천 루피 지폐는 당시 새롭게 도입됐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변화에 실물 경제는 혼란에 빠졌고 소비와 투자가 크게 위축됐다.
2016년 1분기 9.2%까지 올라갔던 분기 경제성장률은 2017년 2분기 5.7%까지 곤두박질쳤다. 이후 경제성장률은 올해 들어서야 7∼8%로 회복됐다.
애초 인도 정부는 소득 노출을 꺼린 부유층이 구권을 교체하지 않아 시중에 풀린 현금의 최대 3분의 1이 은행으로 회수되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구권의 99%가 은행에 돌아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검은돈 퇴치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현금 대부분이 은행을 거쳐 감으로써 정부의 세수 기반은 대폭 넓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도 정부는 2016년 화폐개혁 이후에도 2천루피 지폐가 부정소득 축재, 돈세탁, 탈세 등에 널리 활용된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 중단 같은 급격한 정책이 시장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에는 점진적인 방안을 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프린트는 인도 정부가 2천 루피 지폐의 유통을 줄여나가다가 시장에서 단계적으로 퇴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 정부는 더프린트의 보도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인도는 이미 2017년부터 2천 루피 지폐 유통을 줄여오고 있었다.
2017년 3월 유통 현금 가치의 50%를 차지했던 2천 루피 비중은 지난해 3월 37%로 떨어졌다. 현재 1천 루피 지폐는 없으며 500 루피가 전체 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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