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뒷조사' 남재준 1심 무죄…"첩보검증 지시 입증 안돼"(종합2보)

입력 2019-01-04 17:12
'채동욱 뒷조사' 남재준 1심 무죄…"첩보검증 지시 입증 안돼"(종합2보)

서천호 전 2차장 등 국정원 간부들만 유죄로 집행유예∼벌금형

"검찰수사 방해 목적은 입증 안 돼"…검찰 "국정원에 면죄부" 반발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이보배 기자 =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에 대한 불법 정보조회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4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 전 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남 전 원장은 검찰이 '댓글 수사'를 벌이던 2013년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자에 대한 첩보 보고를 받고 이를 검증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남 전 원장과 서천호 전 차장 등이 국내 정보 수집부서장을 거쳐 송모 당시 정보관에게 해당 첩보를 검증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남재준 전 원장이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에게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첩보를 검증하도록 명시적으로 승인했다고 보기 어렵고, 묵시적으로 승인했다고 하기도 분명치 않다"고 밝혔다.

남 전 원장이 애초 질책에 가까운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한 점 등으로 미뤄, 오히려 남 전 원장은 혼외자 첩보 자체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서천호 전 차장 등 나머지 국정원 간부들은 불법적인 정보조회에 관여한 것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서 전 차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국정원 직원 문모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송모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국정원의 혼외자 정보 수집이 '검찰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검찰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첩보가 우연한 기회에 입수됐고, 수사 대응 회의체에서 이를 논의했다거나 채 전 총장의 주변 지인들에 대한 광범위한 첩보 수집이 이뤄진 정황이 없다"며 "수사를 방해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의심할 여지는 있으나 충분히 입증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직무 범위를 넘어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경우에는 해당한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공무원으로서 개인정보 수집이 제한적으로 허용돼야 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적법한 조치를 할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더구나 검찰과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의도를 의심받을 수 있음에도 조직적으로 아동의 정보를 확인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당시 실제로 혼외자 정보를 조회한 김모 전 서초구청 팀장은 개인정보보호법 및 가족관계등록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관련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조모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검찰은 남 전 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을 두고 "국정원에 면죄부를 줘버린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하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총장을 찍어내려는 작업에 국정원 국장, 차장이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는데, 국정원장 모르게 진행됐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도록 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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