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침입' 부산 대학 기숙사 보안 엉망
부산경찰청, 86곳 점검…비상벨 없고 CCTV도 흐릿
전문교육 받지 않은 시설관리원이 경비 보는 곳도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 부산에 있는 대학 기숙사 보안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은 지난달 21일부터 11일간 부산에 있는 30개 대학 기숙사 86곳(학교 내 60곳, 학교 밖 26곳)을 찾아가 범죄 취약환경을 점검했다.
지난달 16일 술에 취한 남학생이 부산대 여학생 기숙사에 무단 침입해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을 계기로 한 점검이었다.
점검 결과에 따르면 대학 7곳이 운영하는 기숙사에는 경비실과 곧바로 연결되는 비상연락 시스템이 아예 없었다.
기숙사 경비인력도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숙사 86곳의 경비인력은 모두 124명이었는데, 경비 전문교육을 받은 경비원이 아닌 시설관리원이 경비 일을 함께 보는 곳도 있었다.
경찰은 대학 측에 기숙사 방과 경비실을 연결하는 비상벨을 설치하고, 경비인력을 늘릴 것을 권고했다.
학교 안에 있는 기숙사에서도 여러 문제점이 나왔다.
기숙사 7곳은 출입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시간이 6∼7초나 돼 외부인 침입이 어렵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부산대 여학생 기숙사에 침입해 성범죄를 저지른 남학생도 다른 여대생이 출입 카드를 찍고 문을 열고 들어간 사이 뒤따라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출입문 개폐 시간을 3초로 단축할 것을 제안했다.
남녀 학생이 함께 생활하는 기숙사 4곳은 성별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승강기를 구분하고, 성별에 따라 승강기 이용 층수가 제한되도록 출입 카드를 보완하도록 했다.
경찰은 또 저화질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기숙사 10곳은 고화질 CCTV로 바꾸는 게 좋겠다고 했고, 건물 1층에 방범창이 없는 5곳에는 방범창을 설치하도록 했다.
경찰은 학교 밖에 있는 기숙사 26곳에는 출입문 비밀번호 주기적 교체와 가로등 교체, CCTV 설치 안내판과 일반 주택가와 기숙사가 구분되도록 표시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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