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서 잠적한 伊테러리스트 외국 대사관으로 도피 가능성
연방경찰, 베네수엘라·볼리비아 대사관 의심…망명 시도 대비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에서 잠적한 이탈리아 극좌 테러리스트 체사레 바티스티(64)가 외국 대사관으로 도피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3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연방경찰은 바티스티가 외국 대사관으로 피신해 정치적 망명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방경찰은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를 포함해 최소한 2개 대사관을 도피처로 의심하면서 이들 대사관 동향을 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사관과의 접촉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연방경찰은 바티스티가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으로 숨어들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조사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한편, 바티스티의 아내인 프리실라 루아나 페레이라는 지난해 말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남편은 다른 나라 대사관을 찾아가 정치적 망명을 신청하는 문제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프리실라는 남편을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 지난해 10월이었으며 이후 행방은 자신도 모른다면서 "망명을 생각하는 것으로 알지만, 어느 나라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연방대법원의 루이스 푹스 대법관은 지난달 13일 바티스티 체포·수감을 결정했으며, 하루 뒤 미셰우 테메르 전 대통령은 이탈리아 송환을 승인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테메르 전 대통령의 포고령 서명은 이탈리아 정부에 바티스티 송환을 약속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바티스티는 곧바로 잠적했으며 지금까지 20여 일째 도피 생활을 하고 있다.
연방경찰은 바티스티가 다양한 모습으로 변장한 사진을 배포하고 검거에 나서는 한편 변호인을 통해 자수를 권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극좌 무장 조직의 일원이었던 바티스티는 1970년대 이탈리아에서 4건의 살인 사건을 저지른 혐의로 투옥 중 1981년 탈옥해 프랑스 등을 거쳐 2004년 브라질로 도주했다. 바티스티는 1990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궐석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브라질에서 3년간 숨어지내다 2007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검거됐고, 연방대법원은 2009년 이탈리아 송환을 결정했다. 그러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이탈리아의 송환 요청을 거부한 채 2010년 말 임기 종료 하루 전에 바티스티에게 정치적 망명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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