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플러스] 유전자 조작으로 식물 광합성 효율 향상…생산량 40% ↑
미국 연구팀 "담배에 광호흡 대사경로 조절 유전자 주입·재배 실험 성공"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미국 연구팀이 식물의 광합성 효율이 높아지도록 대사경로를 조절하는 유전자를 식물체에 이식, 담뱃잎의 생산량을 40% 늘리는 데 성공했다.
미국 어바나-샴페인 일리노이대 도널드 오르트 교수팀은 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서 식물에 인공 대사 경로를 통해 광호흡(photorespiration)의 비효율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유전자를 주입, 생산성을 크게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오르트 교수는 "유전자 이식을 통해 광호흡 대사 경로를 조절, 작물 생산량을 40% 늘릴 수 있었다"며 이 방법을 사용하면 미국 중서부 지대에서 매년 식물 광호흡에 허비되는 열량만 아껴도 최대 2억명을 더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물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은 최근 살충제나 비료 사용량을 늘리거나 관개시설을 개선하는 등의 방법이 거의 한계에 부딪힘에 따라 식물의 광합성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식물은 이산화탄소와 물을 빨아들이고 광합성을 해 바이오매스를 만든다. 하지만 대부분 작물에서는 광합성 과정에 결함이 발생하고 식물은 광호흡으로 이 결함을 해결하지만 이 과정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돼 생산량이 상당히 감소한다.
식물에서는 '루비스코'(RuBisCO) 효소가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고정해 광합성에 사용되도록 하는데, 루비스코가 산소와 반응하면 쓸모없는 부산물이 생성되며 식물체는 광호흡을 통해 이 부산물을 다시 유용한 분자로 바꾼다.
하지만 광호흡 과정에는 많은 에너지가 소모돼 광합성 효율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일부 작물에서는 생산량이 20~50%나 감소한다.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이 쉽고 연구에 적합한 담배를 모델 작물로 사용, 원래의 광호흡 대사 경로 대신 루비스코 산화 부산물이 더 효율적으로 재활용될 수 있는 인공 대사 경로를 도입하는 유전자를 삽입한 뒤 온실과 야외에서 재배했다.
그 결과 새로운 인공 대사 경로를 가진 식물체는 온실과 야외 재배 환경에서 모두 더 빠르고 크게 성장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바이오매스 생산량은 40%나 증가했다.
논문 제1 저자인 폴 사우스 박사는 "광호흡은 식물이 성장하고 생산량을 늘리는 데 사용될 소중한 에너지와 자원을 소모, 광합성 효율을 떨어뜨린다"며 인공 대사 경로는 이런 비효율적인 광호흡을 거치지 않게 해주는 지름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등이 광합성 효율을 높여 지속 가능한 식량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광합성 효율 향상'(RIPE) 프로젝트의 일부로 진행되고 있다.
이 기술이 식량 작물에 적용돼 규제 당국의 허가를 얻는 데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RIPE 연구팀은 이 프로젝트의 성과를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소규모 농민들에게 무상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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