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산불 구조' 이민자 3명에게 시민권 수여

입력 2019-01-03 10:46
수정 2019-01-03 11:10
그리스, '산불 구조' 이민자 3명에게 시민권 수여

작년 7월 불길 피해 바다에 뛰어든 수십명 구조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그리스 정부가 작년 7월 1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최악의 산불' 당시 불길을 피해 바다에 뛰어든 수 십명을 구조한 이민자 어부 3명에게 시민권을 수여했다.

2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로코피스 파블로풀로스 그리스 대통령은 이날 알바니아 출신의 35세 어부, 이집트에서 온 50세와 46세 어부 등 3명에게 시민권을 수여하는 행사를 열었다.



작년 7월 그리스 수도 아테네 동부 휴양도시 마티를 휩쓴 역대 최악의 산불로 100명이 숨졌다.

83명은 산불 발생 당일에 불길을 피하려다 연기에 질식하거나 바다에 빠져 목숨을 잃었고, 나머지는 병원에서 치료 도중 숨졌다.



당시 3명의 어부는 불길을 피해 바다에 뛰어든 사람들을 구조했고, 불길이 해안까지 덮치자 생존자들을 항구로 피신시켰다.

그리스 정부는 "이들 3명은 위험을 무릅쓰고 어린이를 포함해 많은 그리스인을 구조했다"며 "이들의 희생정신과 공로를 인정해 시민권을 수여한다"고 결정했다.

이러한 결정은 작년 12월 21일 그리스 관보에 이미 게재됐으나, 이날 행사를 통해 공표됐다.

이민자 어부 3명에 대한 시민권 수여 행사는 이들의 명예를 드높이는 것과 동시에 유럽의 '반이민 정서'에 반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행사에 참석한 알렉시스 카리스티스 그리스 내무부 장관은 이 어부들이 보여준 "인간의 가치"는 "불행하게도 그리스와 유럽에 인종차별주의와 증오의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만큼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권을 받은 에마드 엘 카이미 씨는 "사람의 목숨이 걸린 그런 상황에서는 종교든, 흑인이든 백인이든 상관이 없다"며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그저 도울 뿐"이라고 말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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