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친서외교' 넉달만에 재개…'2차核담판' 활력붙나

입력 2019-01-03 08:38
수정 2019-01-03 09:38
트럼프-김정은 '친서외교' 넉달만에 재개…'2차核담판' 활력붙나

김정은 6번째 친서 보내…그동안 북미 협상 돌파구 역할

트럼프 "훌륭한 친서, 정말 좋은 관계 구축해" 격찬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교착국면에 놓였던 북미대화가 정상간 '직접 소통'을 계기로 새해 벽두부터 새롭게 활력을 찾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 긍정적으로 화답한 데 이어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격적으로 공개한데 따른 것이다. 이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향해 강하게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를 들어 보이며 "김정은으로부터 방금 훌륭한 친서를 받았다"며 "우리는 정말로 매우 좋은 관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아마도 또 하나의 회담을 가질 것"이라며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2차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만남을 고대한다"고 트위터에서 밝힌 데 이어 이틀 연속으로 긍정적인 제스처를 취한 것은 협상의 돌파구를 조속히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른 시일 내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북미 정상의 직접 소통 창구 역할을 한 '친서 외교'가 작년 9월 이후 4개월여 만에 재개됐다는 점이다. 두 정상이 '확인'한 2차 정상회담 개최 등 북미 대화에 새로운 활력이 될지 주목된다.

친서를 통한 두 정상의 교감은 언론에 확인된 것만 이번이 6번째이다. 김 위원장의 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찬사 속에 지지부진하던 북미 대화의 돌파구 역할을 해왔다.

우선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는 좌초 위기에 처한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을 되살리는 촉매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다음 달에는 한글과 영어로 적힌 김 위원장 친서를 트위터에서 공개하며 "아주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과시했다.

또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자리에서는 양복 안주머니에 있던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를 직접 꺼내 보이면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 "역사적인 편지"라고 의미를 부여하는가 하면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라는 극찬도 아끼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직접 공개하는 '이벤트'를 연출한 것은 북미 협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 친서 수령 사실을 공개한 것 역시 동일한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 정상이 새해 벽두부터 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주고 받으면서 '2차 핵 담판'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정상 간의 이 같은 소통이 2차 정상회담 조기 개최로 이어질지 가늠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정상회담을 예비할 실무단위의 접촉과 협상이 실질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징후를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지난해 11월 초 뉴욕 고위급 회담은 막판에 갑작스럽게 불발한 후, 두 달 가까이 재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조치와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를 둘러싼 양측의 기싸움이 전혀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가장 기초적인 실무협상 레베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간의 회담 조차 열리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볼 때 앞으로 북미대화의 속도와 2차 정상회담 조기 개최 여부는 고위급 회담 또는 실무회담의 가동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본쟁점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큰 상황에서 고위급 또는 실무급에서 일정한 진전을 보지 못할 경우 오히려 북미대화가 더욱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시간표'를 놓고 조바심을 내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한 것은 이 같은 협상의 어려움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80여년이 흘렀고 우리가 싱가포르에서 회담한 것은 6개월 전 일이다"는 말로 시간 싸움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물론 연임을 희망하면서 '외교적 레거시'를 만들어 보려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핵 해결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았더라면 "아시아에서 엄청난 전쟁이 일어났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3차 대전이 일어날 뻔했다"며 스스로 '북핵 성적표'에 후한 점수를 매겼다.



k02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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