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제보자인가 비밀누설자인가…신재민 vs 기재부 프레임 대립
신재민 "공익제보자로 보호 원해" vs 기재부 "불법 정보 유출" 규정
시민단체·권익위 "현재로선 법적 공익신고자 해당 안 될 가능성"
(서울·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김경윤 정수연 기자 = "공익 제보자가 숨어다니거나 사회에서 매장당하면 안 된다."(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공무상 취득한 자료를 외부에 무단으로 유출하고 (중략) 사실에 맞지 않는 내용을 여과 없이 유출했다."(기재부 관계자)
정부 경제정책 결정과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신재민(33·행정고시 57회)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을 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2일 기재부가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고발한 가운데 신 전 사무관이 자신이 공익 제보자라고 맞서면서 이런 대립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이 지난달 29일 유튜브에서 '청와대가 KT&G 사장교체를 지시했다'고 주장한 당시는 그와 기재부의 진실 공방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됐는데, 이제 신 전 사무관의 폭로 행위 자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도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는 신 전 사무관의 행위가 공무원 신분으로 얻은 정보를 불법적으로 유출한 것이며 정부 정책 수행에도 혼란을 초래하는 등 공익을 해치고 있다고 평가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런 사안을 처벌하지 않아 제2·제3의 신재민이 생기면 공무원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이나 국정 수행에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굉장히 우려돼 법적인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 전 사무관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을 바로잡고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며 '선의'를 강조했다.
그는 앞서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우리 공직사회가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 나갔으면 하는 것이지 조직이나 누군가를 단순히 비판하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고 주장했으며 2일에는 "공익신고자가 나로 인해 또 나왔으면 좋다. 고발당하고 법적 절차를 받고 사회적으로 안 좋게 되면 누가 용기를 내겠느냐"고 말했다.
양측의 시각이 맞서는 가운데 시민들 사이에서는 신 전 사무관을 공익 제보자로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게 나온다.
'syh7****'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누리꾼은 "신재민 전 사무관의 정직하고 양심있는 공익제보를 국민들이 나서서 보호하고 지켜야 합니다. 비겁하고 숨어서 지켜보지 말고, 용기 있는 신재민 전 사무관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필요합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반면 '네모**'라는 필명을 쓰는 다른 누리꾼은 "상식적으로 저건 기밀 유출 또는 정보 탈취 행위"라며 신 전 사무관이 한 행동의 위법적 측면에 무게를 실었다.
전문가들은 신 전 사무관이 공익 제보자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은미 참여연대 시민감시2팀장은 "최소한 신고내용에 대해 합리적으로 그럴만한 정황이 있어야 공익 제보자로 지원하는데 현재 그가 발표한 내용은 기재부와의 공방이 치열하며 그의 주장이 합리적이거나 그럴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반적으로 공익 제보자로 볼만한지 조금 유보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자진 신고 등으로 공익 제보자의 범죄행위가 드러난 경우 감면하는 조항이 있으며 신 전 사무관의 경우 이 법에 따라 비밀준수의무 예외를 인정받을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공익 제보자 지원 단체인 호루라기재단 이영기 이사장은 그의 폭로가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규정한 사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서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으로 볼 때 이 정도를 공익적인 내부고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반응했다.
공익신고자 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국민권익위원회 측은 신 전 사무관이 내용이나 형식에서 아직 공익신고자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공익신고자는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식품위생법, 자연환경보전법, 의료법 등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규정된 284개 침해행위 중 어느 것을 신고한 경우에 보호되는데, 보도된 내용에 비춰보면 신 전 사무관이 폭로한 사안이 여기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반응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신 전 사무관과 관련한 신고가 접수되면 실무적으로 사실관계를 따져 판단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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