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아이들](상) 2만명 넘는 유령인간…미등록 이주아동
인권단체 "정확한 통계조차 없어"…교육권·건강권 등 각종 차별
유엔아동협약 가입 한국, 이주노동자·가족 보호 협약엔 비준 안 해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무슨 죄가 있나요?"
2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미등록 이주 아동이 우리나라에 머물고 있으나, 기본적인 건강권과 교육권 등을 보장받지 못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일 이주와 인권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12월 베트남 국적 7세, 3세, 1세 삼 남매가 외할머니와 함께 고국으로 가려고 김해공항을 찾았다가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삼 남매가 외국인 등록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과태료 220만원을 부과하고, 완납되지 않으면 출국하지 못하도록 했다.
아버지는 몇 년 전 추방됐고, 집을 나간 어머니는 소식이 끊겨 2016년부터 외할머니와 함께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삼 남매.
이들에게 220만원이라는 거금은 갑자기 마련할 수 없는 거금이었다.
비슷한 시기 우간다 국적 5세, 3세, 1세 자매들도 고국으로 가기 위해 인천공항을 찾았다가 85만원에 달하는 과태료 요구를 받고 출국을 포기해야 했다.
미등록 아동에게 적용된 기준은 성인 불법 체류자보다 더 가혹했다.
성인 불법 체류자에게는 벌금 1천만원 이하를 부과하도록 한 법 조항이 있다.
하지만, 위반 동기나 결과, 벌금 부담능력 등을 따져 벌금 납부를 면제하는 조항이 있다.
2003년부터는 성인 불법 체류자가 자진 출국하면 벌금을 면제하는 조항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17세 미만 아동의 경우는 이런 면제 조항이 없다.
법무부는 논란이 불거지자 자진 출국하면 과태료 감면을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당시 일은 우리 사회에서 미등록 이주 아동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주와 인권연구소 관계자는 "부모는 체류 기간을 넘겨 일하다가 불법 체류자가 됐고, 그 기간에 태어난 아이들은 외국인 등록을 할 방법이 없는 상태였다"며 "자신들 잘못이 아님에도 미등록 체류자로 살며 '유령 인간' 취급을 받았는데 고국에 돌아가려는 이들에게 가혹한 법 잣대를 들이댄 게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미등록 이주 아동은 90일 미만 '단기 체류'로 입국해 비자 기간이 만료됐거나, 90일 이상 '장기 체류'로 입국해놓고 외국인으로 처음부터 등록하지 않았거나, 외국인으로 등록했으나 갱신하지 못해 기간 만료가 된 경우에 해당한다.
다양한 경로로 미등록 이주 아동이 국내에 살고 있지만,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법무부 출입국 기록을 바탕으로 한 2017년 12월 기준 불법 체류자는 25만1천41명인데, 이 중 19세 이하 미등록 이주 아동은 5천279명이다.
외국인 인권단체 등은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 불법 체류자 자녀 등을 포함하면 미등록 이주 아동은 2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1년에 '유엔 아동권리 협약'에 가입하고 비준했다.
그러나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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