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신년사, 자력갱생 강조하며 경제개혁 가능성 시사
기업의 경영활동 지원 촉구…기구·사업체계 정비 주문
부정부패 청산 통한 체제 결속 의지도 보여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의 상당 부분을 대내 메시지에 할애하며 예상대로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도 경제분야에서 개혁적 조치의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가자. 이것이 우리가 들고 나가야 할 구호"라며 "자립경제의 잠재력을 남김없이 발양시키고 경제발전의 새로운 요소와 동력을 살리기 위한 전략적 대책들을 강구하며 나라의 인적, 물적 자원을 경제건설에 실리 있게 조직·동원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신년사에서 제일 먼저 등장하는 대내 정책 부문의 이런 기조는 애초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4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 핵·경제 병진 건설 노선의 종결을 선언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을 새로운 전략적 노선으로 공식 채택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가 지속하면서 외부로부터 투자를 받을 길이 여의치 않아 북한은 내부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경제건설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북한 경제가 내부 자원을 총동원하는 자력갱생 노선을 추구하더라도 경제 시스템의 변화 없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단 김 위원장도 이런 한계를 인식한 듯 신년사를 통해 내부 시스템의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신년사는 "경제 전반에 대한 국가의 통일적 지도를 원만히 실현하고 근로자들이 자각적 열의와 창조력을 최대한 발동할 수 있도록 관리방법을 혁신하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내각과 국가 경제 지도기관들은 사회주의 경제법칙에 맞게 계획화와 가격사업, 재정 및 금융관리를 개선하며 경제적 공간들이 기업체들이 생산 활성화와 확대재생산에 적극적으로 작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사업의 효율을 높이고 기업체들이 경영활동을 원활하게 해나갈 수 있게 기구체계와 사업체계를 정비하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은 2014년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이라는 표현으로 시장을 완전히 허용했으며 경제 각 부문에 시장경제 요소를 대거 수용했다.
특히 사회주의 경제 원리에 따라 국가 중심의 경제체제에서 기업과 개인 등을 주요 경제주체로 수용했다.
공장과 기업소에는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를 시행해 각 생산 주체에 생산 및 분배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높이고, 농업 분야에서는 협동농장 말단 단위의 규모를 줄여 가족영농제에 가까운 '포전담당제'를 시행한 것이 특징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기업 중심의 경제 운용을 강조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 정비를 천명함에 따라 앞으로 후속 경제개혁조치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 체제 들어 그간 시범적으로 시행한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이 상당히 성과를 봤다"며 "올해 신년사에서는 이를 공식화시키면서 확대하겠다는 일종의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신년사는 이날 "당과 대중의 혼연일체를 파괴하고 사회주의 제도를 침식하는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의 크고 작은 행위들을 짓뭉개버리기 위한 투쟁의 열도를 높여야 하겠다"며 "우리 인민의 감정 정서에 배치되는 비도덕적, 비문화적 풍조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며 우리 사회를 화목한 하나의 대가정으로 꾸려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는 북한 권부 내 자리 잡고 있는 부정부패를 청산하고, 자본주의 문화가 사회로 침투하는 현상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 강조해 민심 장악을 통한 체제 결속 의지도 읽힌다.
이날 30분간 대내 정책, 대남메시지, 대외정책 순서로 발표된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전체 1만3천여자 분량으로, 이 가운데 대내 정책에 약 66%(약 8천600자)가 할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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