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득점 달성' 박철우 "배구할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
"시간이 쌓아둔 기록이고 선물인 것 같다…훈장 중 하나"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진짜 웃긴 게 이런 날 꼭 지더라고요."
삼성화재의 라이트 박철우(33)가 남자프로배구 사상 첫 5천 득점의 위업을 달성하고도 쓴웃음을 지었다.
박철우는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우리카드와 벌인 V리그 4라운드 방문경기에서 개인 통산 5천 득점을 돌파했다.
전날까지 4천993득점을 기록 중이던 박철우는 2세트 초반 서브 에이스로 5천 득점을 가볍게 채웠다.
대기록 달성을 떠나 박철우의 이날 활약은 그 자체로 눈부셨다.
박철우는 서브 에이스 2개를 곁들여 팀 최다인 31점에 공격 성공률 69.04%를 찍으며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했다.
1∼2세트를 빼앗긴 삼성화재가 주득점원인 타이스 덜 호스트가 빠진 3세트를 잡아낼 정도로 박철우는 외국인 선수에 버금가는 해결사 능력을 뽐냈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박철우의 고군분투에도 우리카드에 세트 스코어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3∼4위 간의 맞대결로 순위 싸움에서 중요한 승부처였기에 더욱 아쉬운 패배였다. 4위 삼성화재는 이날 패배로 3위 우리카드와 격차가 승점 5로 벌어졌다.
경기 후 박철우는 굳은 얼굴로 취재진을 만났다.
그는 "5천 득점을 달성해서 너무 감사하다"며 "하지만 사실 5천 득점보다도 올해 마지막 날에 꼭 승리를 거두고 싶었는데,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게 아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철우는 "기록도 세우고 승리까지 거뒀으면 더 기쁘지 않았을까 싶다"며 아쉬움을 쉽게 떨치지 못했다.
그는 "진짜 웃긴 게 이런 날에 꼭 지더라"며 "기록이 걸려 있고, 생일이거나 무슨 특별한 날이면 잘 안 풀리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 있다. 다음 경기가 대한항공전이라 더 집중할 것"이라며 "새해 첫 경기인 만큼 꼭 이기고 싶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2005년 출범한 V리그 사상 지금까지 5천 득점 고지를 밟은 남자 선수는 박철우가 처음이다.
그만큼 성실하고 꾸준하게 활약했다는 증거다. 2005년 프로 출범 원년 멤버인 박철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시즌 공격 성공률이 50%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지난 시즌에는 개인 통산 두 번째로 많은 시즌 득점(586점)과 높은 공격 성공률(55.16%)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전성기 못지않은 활약을 보인다.
그는 "처음 프로에 데뷔했을 때도 그렇고, 3천 득점을 채웠을 때도 5천 득점은 너무 멀게 느껴지더라. 몇 년을 더해야 하나 싶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5천 득점은 시간이 쌓아둔 기록이고 선물인 것 같다. 훈장 중 하나로 생각한다"며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1호라는 기록이 작은 것이 아니라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1만 득점까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계산을 해보니까 십몇년을 더 뛰어야 하더라"며 웃었다.
그는 "기록을 세우면 기분 좋겠지만 기록을 위해서 배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면 자연스럽게 기록은 쌓여갈 것"이라고 했다.
박철우는 "능력이 되는 한, 팀이 필요한 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어떤 포지션이든 준비돼 있다. 배구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내겐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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