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민간사찰 없다"…조국, 野의혹제기에 조목조목 반박(종합)
靑민정 12년만에 운영위 출석…'형광펜 밑줄 쫙' 파일 준비해 차분 답변
"김용균씨가 저를 이 자리에 소환…국민께 송구", "책략은 진실 못 이겨"
"어불성설", "시시비비", "삼인성호", "매우 개탄", "희대의 농간" 단호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차지연 이슬기 기자 = 청와대 특별감찰반 민간인 사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31일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장에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시종 단호한 태도로 임했다.
취임 후 첫 국회 운영위 출석이었지만 차분함을 잃지 않은 채,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이 제기하는 의혹 제기 질의에 조목조목 답변했다.
현안보고를 위해 마이크 앞에 섰을 때 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웅성거리자 잠시 대기하는 여유도 보이며 준비한 원고를 4분간 모두 읽었다.
조국 "김태우 비위 이상도 이하도 아냐…희대의 농간" / 연합뉴스 (Yonhapnews)
조 수석은 우선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 사태에 대해 "핵심은 김태우 수사관이 징계처분이 확실시되자 정당한 업무처리를 왜곡해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고 자신의 비위행위를 숨기고자 희대의 농간을 부린 데 있다"고 요약했다.
조 수석은 "단언컨대"라는 분명한 수식어를 써가며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실은 이전 정부와 다르게 민간인을 사찰하거나 블랙리스트를 만들지 않았다"라고도 말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에 의해 고발된 당사자이면서 검찰·경찰 업무를 관장하는 민정수석이 관련 사건에 대해 국회 운영위에 답변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의문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고(故) 김용균씨가 저를 이 자리에 소환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그간 부적절하다고 여긴 조국 수석의 운영위 출석을 전격 지시한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한국당은 앞서 운영위 개최 및 조국 수석의 출석을 김용균법의 12월 임시국회 통과와 연계하는 원내전략을 구사했다.
조 수석은 "검찰수사를 통해 (김태우 수사관의) 비리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짚고 "책략은 진실을 이기지 못한다"라는 특유의 비유법도 동원했다.
본격적인 질의응답을 위해 자리로 돌아온 조 수석의 책상 위에는 답변용으로 가져온 자료로 빼곡했다.
스프링 노트에는 주요 문구마다 주황·노랑·핑크빛 등 색상별 형광펜 줄이 그어져 있었고, 한쪽에는 색상으로 구분한 서류 파일도 엿보였다.
조 수석은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인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질의 도중 헌법을 언급하자 관련 발언을 노트에 메모하기도 했다.
같은 학교에서 같은 학문을 전공한 두 사람이지만 전혀 다른 길을 걸으며 대조되는 삶을 살았다는 점에서 둘의 대결에 이목이 쏠린 터였다.
조국 "민간인 사찰했다면 저는 즉시 파면돼야" / 연합뉴스 (Yonhapnews)
질의가 시작되자 조 수석의 목소리는 한층 톤이 올라갔다. 다소 격앙되기도 했다.
조 수석은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한 질의에 "문재인 대통령께서 취임 후 처음으로 하신 일이 국정원의 수백, 수천 명 요원을 철수시킨 것이다. 열 몇 명의 행정 요원으로 민간인을 사찰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제가 정말 민간인 사찰을 했다면 즉시 저는 파면돼야 한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스폰서 건설업자로 불리는 최모 씨와 아는 사이냐는 질문에는 "최 씨와는 일면식도 없고, 직간접적으로 어떠한 연락도 한 바가 없다"고 했다.
이어 최 씨가 김태우 수사관의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특감반원을 모집할 때 사적으로 아는 사람을 추천받는 게 아니라 법무부의 추천명단을 기초로 면접이 이뤄졌다"며 "저는 면접하지 않았지만, 김태우도 그 명단에 들어 있었다. 그 과정에 최○○이란 이름은 있지도 않았고 그 이후에도 들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느냐"는 바른미래당 유의동 의원의 질의에는 "이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이 아주 크다"며 "이 사태를 정확히 수습하는 것이 책임질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조 수석은 회의 시작 30분 전인 오전 9시 30분께 국회에 들어섰다.
청색 와이셔츠에 줄무늬 타이, 감색 코트 차림의 조 수석의 왼손에는 갈색 백팩이 들려 있었다. 강추위에도 목도리나 장갑은 보이지 않았다.
담담한 모습이었고 미소도 보였다. 로텐더홀을 지나면서는 잠시 멈춰 서서 기자들의 질문도 받았다. 이미 한마디 한마디에 결기가 엿보였다.
뒷짐을 지고 기자들의 질문에 차분히 답한 그는 "세 사람이 입을 맞추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 낸다는 옛말이 있다"며 "비위 행위자의 일방적인 주장이 여과 없이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고 이것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어 매우 개탄스럽다"며 심경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조국 "일방주장 정치적 이용, 매우 개탄"…임종석 "정치공세" / 연합뉴스 (Yonhapnews)
또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실은 특별감찰을 포함해 모든 업무를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했다"면서 "국회의 모든 질문에 대해서 성심껏 답하겠다. 그리고 시시비비를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조 수석은 뒤이어 도착한 임종석 비서실장, 한병도 정무수석과 함께 회의 시작 전 운영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잠시 만나 환담하기도 했다.
회의 시작 3분 전 위원장실에서 나온 조 수석과 임 실장은 웃음을 띠고 회의장에 들어섰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운영위에 나온 것은 2006년 8월 노무현정부 당시 전해철 민정수석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권력층 비리 등의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야권은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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