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신공항 강행이냐 재검토냐…국토부-동남권 격돌 불가피

입력 2018-12-31 10:02
김해신공항 강행이냐 재검토냐…국토부-동남권 격돌 불가피

기본계획 마무리 시점 수요예측·소음과 안전 등 입장차 여전

국토부 "오류 없다" 강행…부울경 시민단체 "청와대 청원·상경투쟁"



(김해=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새해를 앞두고 동남권이 '관문공항'을 놓고 다시 들끓고 있다.

관문공항 입지를 놓고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사이에서 갈등을 겪은 끝에 동남권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김해신공항'이란 카드를 받아들었지만, 장기 수요예측부터 주민생활과 직결된 안전과 소음 문제까지 국토교통부와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권은 국토부의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용역이 최종보고도 되기 전에 자체 검증단 중간보고를 근거로 기본계획 백지화를 요구했다.

김해공항 확장은 동남권이 요구하는 '신공항'도, 관문공항도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신공항 검증과정을 지켜보던 김해와 거제, 부산 시민단체들은 최근 연대단체를 꾸려 청와대 앞 항의집회와 항로폐쇄를 준비·경고하는 등 김해신공항 반대 행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토부는 기본계획에 중대한 오류가 없다며 강행할 태세여서 새해엔 양측의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동남권-국토부, 여객 수요·소음피해 등에서 입장차

공항 건설의 전제이자 시설 규모나 소음 영향 등을 결정할 가장 기본 전제인 여객 수요와 운항횟수부터 양측이 이견을 보인다.

동남권 검증단은 국토부 기본계획에서 제시하는 여객목표(2천925만명)와 항공기 운항횟수(18만9천회)가 애초 부울경 단체장과 합의한 3천800만명, 29만9천회에 현저히 미치지 못해 명백한 약속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사전 타당성 조사에서 제시됐던 3천800만명을 놓고 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보다 정밀하게 검토한 결과 2056년 기준 2천925만명으로 조사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동남권은 최근 10년간 여객 증가율이 평균 10% 수준이고, 항공기 운항횟수 증가율은 6.3%나 돼 김해신공항 개항 시점으로 정해진 2027년에 2천800만명을 넘어서고 2035년에 3천800만명에 도달한다고 재반박했다.

특히 주민생활과 직결되는 소음피해 규모에 대해서도 양측 입장은 극명하게 갈린다.

국토부는 소음피해 규모가 46.3㎢에 2천716가구라고 보지만 동남권은 신설 활주로에 따른 이·착륙 방향이 김해시내를 관통하면서 영향지역 59.7㎢에 김해 3만3천 가구, 부산 1천833가구 등 3만4천833가구로 확대된다고 판단했다.

여기서도 면적은 1.3배 차이지만 피해가구 수는 무려 13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양측 입장은 활주로와 유도로, 터미널과 계류장 등 공항 시설 규모와 항공기 운항여건 모두에서 엇갈린다.

국토부가 제시한 'V자' 활주로를 놓고도 항공기 착륙 진입표면에 저촉되는 장애물(임호산·경운산·오봉산 등)로 악천후 때 충돌위험이 상존, 현행 공항시설법상 절취해야 하는데도 항공학적 검토조차 시행하지 않아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도 동남권은 지적했다.

이를 절취할 경우 대규모 환경파괴와 함께 약 3조원에 이르는 비용이 발생, 사업비 증가에 따른 경제성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동남권은 주장했다.

여기에다 남풍과 북풍이 불어 착륙 실패 후 재이륙할 때 비행안전 문제, 군사 공항 기능 강화에 따른 문제 등 민감한 부분에서 현저한 이견을 보이는 지점이 하나둘이 아니다.

◇ "기본계획 백지화" vs "중대한 오류 없어 추진"

기본계획 검증 중간보고를 받은 동남권 광역단체장들은 "활주로 진입표면 장애물 때문에 안전하지도 않고, 소음피해가 훨씬 확대되는 데다 공항 시설 규모 역시 기존 공항 확장수준에 불과해 안전한 동남권 관문공항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동남권 검증단과 단체장들은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백지화와 '정책변경'을 요구하기로 했다. 사실상 김해신공항 대신 다른 입지를 요구하는 수순을 밟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단체장들은 조만간 국토부 장관 면담을 거쳐 국무총리실 산하에 검증위원회 설치와 중재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태도는 요지부동이다. 국토부 측은 "그동안 진행 과정에서 '중대한 오류'가 발견된 것도 없고 동남권 주장 가운데 합리적으로 수용할만한 문제 제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김해신공항 수요예측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 조사와 동일한 지침에 의해 진행한 결과 기본계획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영남권 전체 인구가 감소추세를 보이는데 최근 여객이 급증한다고 단기 추세로 장기 예측을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토부는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용역을 연내 준공하기로 하고 초안 보고서를 부울경에 발송했다고 덧붙였다.

동남권 지자체를 비롯해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기본계획안을 고시하고, 하반기에 설계에 들어가 2020년 말에서 2021년 초까지 설계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어 2021년 착공, 2026년께 신공항을 준공한다는 게 국토부 구상이다.



◇ 시민단체 김해신공항 저지 '행동'…'가덕도 신공항' 다시 거론

최근 부산과 경남 김해·거제 등 시민단체 대표 등이 모여 '김해신공항 반대 및 동남권관문공항추진 부울경시민운동본부'(운동본부)를 출범했다.

기존 김해지역 신공항반대범시민대책위(범대위)와 부산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주장해온 거제 시민단체, 서부산시민협의회 등 부산지역 시민단체가 뭉친 것이다.

김해 범대위는 국토부 기본계획 중간보고가 있은 지 한달여 뒤인 10월 결성돼 "신공항은 소음폭탄을 안길 것이고, 안전문제도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며 김해신공항 원점 재검토를 요구해왔다.

범대위는 애초 지난 27일 '청와대 상경투쟁'을 계획했지만, 동남권 검증단장을 맡은 김정호 의원(김해을) 만류로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울경 운동본부는 앞으로 시민포럼을 개설하고 2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국민청원을 진행, 청와대의 정무적 판단을 받기로 했다.

부울경 관문공항 검증단은 김정호 의원이 '공항 갑질' 논란으로 국회 국토위에서 배제돼 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하겠지만 기본계획 초안 보고서 검증과 관문공항 방향설정까지 역할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김 의원 측은 김 의원이 검증단장 역할은 계속 수행한다고 밝혔다.

부산에선 김해신공항 불가에서 나아가 '가덕도 신공항'이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최근 언론 신년인터뷰에서 "김해신공항 건설은 불가능한 약속"이라며 동남권 지역민 동의를 전제로 "제3의 장소로 가덕도가 최적지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부산상공회의소도 내년 10대 핵심사업 가운데 '가덕신공항 건설'을 1순위에 올렸다.

부울경운동본부에 참여한 서부산시민협의회 김영주 회장은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그대로 강행할 경우 시민 재산권·건강권 확보 차원에서 항로를 폐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며 "정치권 역할도 중요하지만, 객관성과 정당성을 근거로 항공정책 농단을 저지하기 위해 시민단체가 나서겠다"고 말했다.

b94051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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