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서 4주째 반정부 시위…부치치 대통령 위기

입력 2018-12-30 21:19
수정 2018-12-31 08:16
세르비아서 4주째 반정부 시위…부치치 대통령 위기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발칸반도의 세르비아에서 4주째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 중심가에서는 29일 저녁(현지시간)에도 수천 명의 시민이 거리로 몰려나와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베오그라드에서는 지난 달 남부 크루세비치에서 좌파 성향의 야당 대표인 보르코 스테파노비치가 괴한들에게 폭행을 당한 것에 항의하는 시위가 시작된 것을 계기로 4주째 매주 토요일마다 대규모 반정부 집회가 열리고 있다.

'거짓말은 이제 그만'이라는 푯말을 든 시위대는 이날 '부치치는 도둑'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세르비아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통하는 호루라기를 불며 평화롭게 행진했다.



야당 인사들은 부치치 대통령이 이끄는 포퓰리즘 정부가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주류 언론을 장악하는 방식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억누르면서 세르비아를 독재 사회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50대 시민 블라디미르 토시치는 AFP통신에 "최근의 시위는 오랫동안 정치적·경제적으로 위기에 처해 있는 세르비아의 상황에 염증을 표출하는 평범한 시민들을 결속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으며 정계 입문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은 것으로 여겨진다.



1990년대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을 수십만 명이 사망하는 내전으로 몰고 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정권에서 정보부 장관을 지낸 그는 유고 연방 해체 후 세르비아 총리를 거쳐 작년 4월 대선을 통해 대통령에 취임했다.

극단적 민족주의자였던 그는 총리 시절부터 세르비아의 유럽연합(EU) 가입을 밀어붙이는 등 친(親)서방 개혁주의자로 변신하는 카멜레온 같은 행보를 보였다.

최근에는 발칸 반도에 부쩍 영향력을 키우려 하는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며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이터제공]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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