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입양아 출신 佛의원, '거친 말' 논란 끝 집권당 탈당

입력 2018-12-30 19:26
한국입양아 출신 佛의원, '거친 말' 논란 끝 집권당 탈당

손포르제, 여성의원에 성차별 발언 시비…당 징계위 회부되자 탈당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한국입양아 출신 프랑스 하원의원이 성차별 발언으로 논란에 휘말린 끝에 집권당에서 탈당했다.

프랑스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 소속의 조아킴 손포르제(35) 하원의원은 29일(현지시간) 주간지 '발뢰르 악튀엘'과 인터뷰에서 "여당을 탈당하고 내 출입증을 반납한다"고 밝혔다.

손포르제 의원은 트위터에 다른 당의 여성 상원의원에 대해 성차별적인 내용의 글을 잇달아 올려 당 징계위에 회부된 상태였다.

그는 23일 녹색당의 여성 상원의원 에스테르 방바사 의원을 향해 "당신은 화장품을 얼굴에 들이부으면서 당신이 어설프게 풍자하려는 바를 몸소 보이고 있다. 그게 지금 안 느껴지느냐?"라고 공격했다.

방바사 의원이 앞서 올린 "(대통령의 부인인) 브리지트 마크롱이 '노란 조끼' 시위대의 폭력성과 저속함을 개탄하는데, 그들은 폭력적이지도 저속하지도 않다. 부자들과 권력층의 오만함일 뿐이다"라는 글을 비판하면서다.

이에 온라인에서는 손포르제 의원이 성차별이자 여성을 비하했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고 야당 의원들도 그의 징계를 요구했다.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거리에 나선 방바사 의원 뒤로 다른 집회 참가자가 '나는 절대 침묵하지 않겠다'라는 푯말을 든 사진을 잇달아 올려 자신을 비판하는 여론을 비꼬았다.

또 프랑스앵포 방송 인터뷰에서도 "방바사 의원이 영부인의 발언을 교묘히 이용해 프랑스인의 계층 간 갈등을 조장한 것으로, 내 발언은 이에 적절하게 대응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집권당은 그가 했던 발언의 전반에 대해 징계 여부를 검토했다.

집권당의 게리니 사무총장은 손포르제 의원에게 "집권당 의원의 책임이 있는데, 당신의 발언과 그 태도는 용인될 수 없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고 당 징계위 회부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손포르제 의원은 이번 설화 외에도 트위터에서 거침없는 발언으로 유명하다.

온라인에서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네티즌과 설전을 벌이거나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설정의 자기 사진을 올리는 그를 프랑스 주류 언론들은 '악동' 이미지로 소화한다.

그는 9일에는 프랑스 '노란 조끼' 연속시위와 관련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조롱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그에게 'f**k you'라고 말하고 인터넷을 끊어버리고 약을 줄 사람 없나. 치매 노인 도널드, 내 조국을 능멸하지 말아라 이 멍청이야"라고 거친 욕설을 퍼부었고, 이에 일부 네티즌은 한국입양아 출신인 그에게 인종차별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손포르제 의원은 탈당하면서 집권당의 정실주의를 비판하며 독자적인 정치인으로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발뢰르 악튀엘과 인터뷰에서 그는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추진 방향을 지지하지만, 그가 만든 집권당은 끼리끼리 노는 밀실로 변질했다"며 "무소속으로 활동하면서 창당을 준비하고 내년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후보를 내겠다"고 말했다.

손포르제는 1983년 7월 서울 마포의 한 골목에서 경찰관에게 발견돼 이듬해 프랑스로 입양됐다.

프랑스 최고 명문 그랑제콜(소수정예 특수대학)인 파리고등사범학교(ENS)에서 인지과학을 공부한 그는 스위스 로잔에서 의사로 일하다가 작년 6월 총선에서 집권당 소속으로 스위스·리히텐슈타인 해외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원내에 진출한 뒤에는 하원 불·한의원친선협회장도 맡으며 한국과 프랑스의 가교 구실을 자처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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