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원톱 경쟁' 지동원 "골 세리머니는 이제 사양입니다'
"원톱 스트라이커를 선호…주어진 역할에 최선"
골세리머니 펼치다 무릎 부상…황의조와 '원톱 경쟁'
(아부다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골 넣으면 이제 어떻게 하는지 보겠다고들 하네요. 절대 무리한 세리머니는 하지 말아야죠."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부상이었다. 지난 9월 15일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은 마인츠와 2018-2019 분데스리가 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시즌 첫 골을 터뜨린 뒤 뛰어올라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다가 착지 동작에서 무릎을 다쳤다.
가벼운 부상으로 보였지만 지동원은 그로부터 2개월 동안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하고 재활에만 힘써야 했다.
지동원은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이후 '1기 벤투호'에 뽑혀 코스타리카 평가전(2-0승)과 칠레 평가전(0-0무)을 함께 했다.
벤투 감독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지동원은 소속팀에 복귀해서 치른 첫 경기에서 시즌 첫 골의 기쁨을 맛봤지만 생각지도 못한 부상까지 떠안으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결국 지동원은 부상 때문에 한동안 대표팀에 뽑히지 못하다가 2019 아시안컵을 앞두고 23명의 최종 엔트리에 발탁됐다.
벤투 감독의 선택에 고개를 갸웃하는 팬들도 있었다.
지동원은 석현준(랭스)과 경쟁을 이겨내고 황의조(감바 오사카)와 함께 최전방 스트라이커 자원으로 벤투 감독의 러브콜을 받았다.
벤투 감독은 특히 지동원을 향해 "대표팀 스타일에 잘 적응한 선수다. 황의조와 다른 유형의 선수지만, 우리의 플레이를 잘 아는 최적화된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선발 이유를 밝혔다.
지동원은 최전방 스트라이커뿐만 아니라 측면 날개로도 뛸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라는 점이 장점이다.
이에 대해 29일(현지시간) 오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전지훈련 캠프에서 연합뉴스 취재진과 만난 지동원은 "팬들의 반응에 마음 상하지는 않는다"라고 차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대표팀에 뽑히는 선수는 한정적이다. 대표팀 선수가 되면 그에 맞는 실력을 소속팀에서 보여줘야 하는데 내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팬들이 그런 반응을 보인 것 같다. 내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건 팩트다"라고 인정했다.
지동원은 "대표팀에 대한 부담은 없다. 워낙 좋은 선수가 많다"라며 "선수단 분위기가 좋아 우승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고 강조했다.
시즌 첫 골을 넣고 다친 것에 대해선 "몸 상태가 좋았을 때 다쳐서 더 아쉬웠다.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 큰 부상이 아닌 게 다행이었다. 재활도 잘 됐다"고 덧붙였다.
지동원은 "동료들이 '네가 골을 넣으면 어떻게 하는지 보겠다'라는 농담을 많이 했다"라며 "이제 절대로 무리한 골 세리머니는 하지 않겠다"고 웃음을 지었다.
황의조와 '생존 경쟁'을 묻자 지동원의 표정은 다시 진지해졌다.
지동원은 "누가 경기장에 나서던 자기의 역할을 잘 해야만 한다"라며 "황의조는 워낙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득점도 이어가고 있다. 황의조는 경기장에 투입되면 분명히 팀에 플러스가 되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그는 "황의조의 컨디션과 벤투 감독의 판단에 따라 내가 나설 수도 있다. 황의조와 스타일이 달라 비교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역할은 잘 해낼 자신이 있다"라며 "대표팀 사정 때문에 측면에서 뛰기도 했지만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선호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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