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터키, 모스크바서 회담…"미군 철수 시리아서 공조 강화"(종합)
터키, 쿠르드 격퇴전 조짐 와중 회동…"시리아 영토 통합성 유지에 공감"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와 터키 외교·안보 분야 고위 대표들이 2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회담을 열고 시리아 내 미군 철수에 따른 새로운 환경을 고려해 양국 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회담 뒤 러시아와 터키가 미군 철수 이후 시리아에서 양국 군대 간 조율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시리아에 파견된 약 2천명의 미군 전원을 철수시키겠다고 밝혔고, 28일부터 철군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라브로프 장관은 "당연히 우리는 미군 철수 발표와 관련한 새로운 상황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면서 "러시아와 터키 군대가 테러 위협의 완전한 근절을 목표로 (시리아) 지상에서 (미군 철수에 따른) 새로운 조건을 고려해 각자의 행보를 지속적으로 조율해 나가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라브로프는 또 러-터키 양국이 시리아 영토의 통합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고 소개했다.
터키의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외무장관도 회담 뒤 "터키와 러시아는 시리아 내의 모든 테러조직을 소탕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면서 "우리는 시리아 및 지역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이란과 긴밀한 협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또 터키는 시리아 사태 해결 보증국으로서 시리아의 영토 통합성 원칙을 존중하고 있으며 이를 훼손하려는 행동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터키 양측은 시리아 반군의 마지막 거점인 북서부 이들립의 비무장지대화에 관한 합의 이행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양국 대표 회담은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고 타스 통신은 전했다.
터키 측에서는 차우쇼을루 외무장관, 훌루시 아카르 국방장관, 하칸 피단 국가정보청장, 이브라힘 칼른 대통령 대변인 등이 참석했으며, 러시아 측에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유리 우샤코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 등이 나왔다.
2011년부터 시작된 시리아 내전에서 각각 정부군과 반군을 지원한 러시아-이란과 터키는 지난해부터 서로 손잡고 시리아 사태 해결 협상을 주도해 오고 있다.
하지만 미군 철수로 세력 공백이 생기는 시리아 북부·북동부 지역 관리와 관련해서는 터키와 러시아가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터키는 시리아 북부에서 쿠르드 민병대를 소탕한 뒤 이 지역을 친(親) 터키 반군 세력의 통제 아래 두고 싶어 하지만, 러시아는 쿠르드 세력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체제 아래 통합시키려 한다.
이날 러시아-터키 정부 대표 회담은 터키가 쿠르드의 근거지인 시리아 북부 지역에 대한 군사공격을 개시하기 위해 국경 지역으로 군대와 무기를 집결시키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터키는 일단 시리아 내 미군 철수가 종료될 때까지, 미군의 지원을 받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앞장서온 시리아 북부 쿠르드 민병대에 대한 공격을 연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쿠르드 격퇴 의지는 거두지 않고 있다.
시리아 내 쿠르드 민병대는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을 도와 IS 격퇴전을 주도해왔지만, 터키는 이 세력을 자국 내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 분파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척결을 공언해 왔다.
이날 회담에서 러시아와 터키가 터키의 쿠르드 민병대 소탕 작전 계획에 대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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