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로 배불린 美기업, 자사주 매입 '부메랑'…주가급락에 손실
WSJ "감세가 투자·임금 확대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아"…낙수효과 '미미'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올해 법인세 감세로 세(稅) 부담을 덜어낸 미국 기업들이 대거 자사주를 사들였다가 상당한 손실을 보게 됐다.
투자나 일자리 확충보다는 자사주 매입에 주력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뉴욕증시 급락으로 부메랑을 맞게 됐다는 뜻이다.
28일(현지시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 웰스파고, 씨티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이 3분기까지 자사주를 대거 사들였다가 4분기 주가 급락으로 큰 손실을 봤다"고 보도했다.
특히 주가지수가 고점을 찍은 지난 9월까지 자사주 매입이 꾸준히 늘었다. 투자 타이밍도 좋지 않았던 셈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애플을 꼽았다.
애플은 1~9월 자사주에 629억 달러(70조 원)를 쏟아부었는데, 지난 27일 종가 기준으로 자사주 매입분의 가치는 538억 달러(60조 원)에 그쳤다. 91억 달러 평가손실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이 투자·임금·배당 확대 등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꼬집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대대적인 법인세 감세를 추진하면서 경제성장 효과를 부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감세 발 낙수효과'는 미미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의 세(稅) 부담은 약 2천억 달러(223조 원) 줄었다. 지난 9월까지 애플은 45억 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4억 달러, AT&T는 22억 달러의 세금을 절감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기업들의 3분기 이익은 감세 덕분에 20%가량 증가했다"면서 "지난 반세기 동안 이익이 이처럼 가파르게 늘어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일자리가 늘어나고 임금이 상승하는 효과도 있었지만 막대한 법인세 감세에 비교하면 적은 수치"라며 "정작 기업들은 자사주를 사들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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