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 "대구 대형 토목사업 4대강과 흡사…시민합의 전무"
대구시 현안사업 줄줄이 해 넘겨…권영진 시장 리더십 도마 위
시민 의견수렴 없이 사업 강행-주민반발-교착 '악순환'만 되풀이
(대구=연합뉴스) 류성무 기자 = 통합 신공항 이전 후보지 선정, 취수원 이전 등 대구시 현안이 줄줄이 해를 넘기게 됐다.
이들 사업은 권영진 대구시장의 재선 핵심 공약이라는 점에서 "구호만 요란했다"는 평가다.
시민단체들은 대구시가 의견수렴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대형 토목공사 성격의 사업을 강행하다가 지역 갈등을 유발하고 반발에 부닥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30일 대구시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대구 군·민간공항 통합이전은 지난 3월 '군위 우보'와 '의성 비안·군위 소보' 2곳으로 이전 후보지를 압축한 이후 진전이 없다.
이전 사업비 규모를 놓고 국방부와 대구시가 견해차를 보이며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듯한 모양새도 연출하고 있다.
권 시장은 지난 26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통합 신공항 이전이 미뤄지는 배경에 대해 "그동안 조기 대선이 있었고 국방부 장관이 두 번이나 교체됐다. 부지 선정위원장이 국방부 장관이기 때문에 이런 과정에서 우리가 예상하고 원했던 만큼 빠르게 진도가 안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구공항 존치 주장에 대해서는 "총선용, 정치적 목적의 반대"라는 입장이다.
반면 시민단체 등은 사업 추진에 앞서 시민합의나 여론 수렴 과정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대구공항 존치를 주장하는 '시민의 힘으로 대구공항 지키기 운동본부'(시대본)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대구 시민 1천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72.7%가 대구 민간공항 존치를 희망했다.
공항 이전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22.3%로 나타났다.
대구 취수원 낙동강 상류 이전 추진과 관련해서는 '말 바꾸기 논란'도 일고 있다.
권 시장은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1년 동안 취수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절 이야기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신 정부가 추진하는 '낙동강 유역 통합물관리'와 '구미 국가산단 폐수 무방류 시스템 검증' 2개 용역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택은 구미가 하는 것이다. 물 문제 때문에 대구와 구미가 갈등을 일으키는 그런 작은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지방선거 때 재선이 되면 1년 이내에 취수원 이전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공약한 것과는 거리가 있는 발언이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타협과 시민 동의를 얻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건너뛰고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지금은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대구시가 추진하는 토목사업이 마치 4대강 사업과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대형 토목사업을 시정 핵심 과제로 선정한 것 자체가 잘못이다"며 "지역 사회 합의 절차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업 추진이 표류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대구시의 소통 방식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일부 단체는 권영진 시장의 리더십 문제와도 연결해 평가했다.
조 사무처장은 중학교 무상급식 공약 번복 논란, 성서 열병합발전소 건설 주민반발 등을 언급하며 "대구시가 소통과 혁신을 강조하지만 뭘 소통하고 혁신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은 사무처장은 "사전 사회적 갈등 해소가 행정의 중요한 역할인데 대구시 행정은 구호만 있고 실질적인 시민 소통은 없는 늘 '뒷북'인 행정"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최근 성서산업단지 열병합발전소 건설이 대기오염을 우려하는 주민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자 권 시장까지 나서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해야 했는데 경솔했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인허가 절차가 대부분 마무리 단계여서 '손바닥 뒤집기'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tjd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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