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더스] 셰일가스 본산 미국에 한국 기업 '깃발'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2018년 한때 80달러에 육박하던 유가는 최근 50달러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 OPEC 산유국들이 감산에 합의했지만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유가 급락의 배경은 셰일오일·셰일가스 덕택에 세계 1위 산유국으로 올라선 미국이다. 미국의 하루 산유량은 약 1천100만 배럴로 지난 7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친 데 이어, 8월에는 러시아마저 추월했다.
이처럼 유가질서를 흔드는 셰일가스의 본산 미국에 한국 기업이 착실히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 확보한 두 개의 셰일가스 광구 넓이는 서울 면적에 맞먹는다. 첨단기술로 생산성을 높여 실적도 고공비행하고 있다.
◇에너지 패권 지각변동 일으킨 셰일가스
셰일(Shale·혈암)은 지하 2~4km에 넓고 얇게 형성된 진흙 퇴적암층을 가리킨다. 셰일이 원유와 천연가스를 품고 있단 사실은 1800년대에 밝혀졌다. 하지만 채굴이 어려워 오랫동안 잊혀졌다.
셰일가스 연구는 1차 석유파동이 닥친 1970년대 시작됐다. 미국 정부는 고유가를 극복하기 위해 비전통적 에너지 산업에 세제혜택을 줬고, 이에 힘입어 기업들은 수평시추기술과 수압파쇄공법을 개발했다.
일반적인 석유·가스 시추는 수직 방향이다. 반면 셰일가스는 일단 수직으로 파 내려간 뒤 다시 수평으로 시추공을 뚫는다. 그다음 모래와 화학물질이 섞인 물을 고압으로 뿜어내 암반을 깨뜨리면, 암반 속에 함유된 원유와 가스를 퍼 올릴 수 있다.
셰일가스 매장량 1위는 중국이지만 개발 성과는 미미하다. 미국만 한 채굴기술을 보유하지 못했고 물도 부족해서다. 1개의 셰일가스 시추공을 뚫으려면 7천∼2만3천t에 달하는 대량의 물이 필요하다.
미국 기업들의 셰일가스 생산은 채굴기술이 고도화된 2011년 본격화했다. 그러나 에너지 패권을 빼앗길까 두려워진 OPEC이 2014년 증산에 나서면서 위기가 닥쳤다. 유가가 30달러대까지 추락하자 미국의 셰일가스 기업은 100곳 이상이 무너졌다.
하지만 미국 셰일업계는 기술혁신으로 OPEC의 고사작전을 이겨냈다. 일례로 과거 2~3년 걸리던 시추에서 생산까지의 기간이 현재는 6개월 밑으로 단축됐다. 최근엔 로키산맥에서 미국이 300년간 쓸 수 있는 2조 배럴 규모의 셰일가스 광구가 발견되기도 했다.
셰일가스는 미국의 제조업 성장에도 기여하고 있다. 2017년 미국 설비투자의 약 절반은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하는 화학플랜트 건설에서 나왔다. 미국 기업뿐 아니라 한국, 일본, 프랑스 등에다 심지어 사우디의 화학기업까지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SK이노베이션, 35년 역량으로 셰일 영토 확보
지난 3월 미국 중부 오클라호마주(州)의 네마하 셰일가스 광구에 SK이노베이션의 깃발이 꽂혔다. 2014년 확보한 플리머스 광구를 합친 면적은 528㎢로 거의 서울 크기다. 하루 생산량은 네마하 광구가 약 3천900BOE(원유환산배럴; 원유와 가스를 합친 양), 플리머스 광구는 약 1천700BOE다.
미국에서 직접 광구를 운영하는 기업은 아시아에선 SK이노베이션이 유일하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 석유개발사업(E&P) 본사를 아예 미국 휴스턴으로 이전하기도 했다.
적극적인 셰일가스 개발 덕분에 SK이노베이션의 실적은 상승세다. 2017년 석유개발사업의 영업이익은 1천884억 원을 기록했고 2018년에도 무난히 2천억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저유가 시대에 접어든 2015년 이래 최고 실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9개국 13개 광구에서 하루 5만5천 배럴을 직접 생산한다. 이 가운데 셰일가스 비중은 10%를 넘는다. 향후 셰일가스 비중이 늘면 영업이익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35년 석유개발 역량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일례로 '탄성파 탐사기술'을 들 수 있다. 지층을 탐사해 셰일을 찾아내는 이 기술로 시추 실패율을 크게 낮췄고 시추 기간도 20일에서 15일로 줄였다.
SK이노베이션 김태원 E&P 북미사업본부장은 "개발비를 6~7년 이내에 회수하고 두 개 광구의 연매출은 1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의 개발 역량과 SK텔레콤, SK C&C 등의 데이터 과학을 결합해 성과를 낼 작정"이라고 말했다.
김영대 기자 Lonafree@yna.co.kr
강영두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 k02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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