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헌재 "군부독재 반인권 범죄자의 가석방 요건 강화는 합헌"
형기 3분의 2 종료, 범죄 해결 협력 등 조건 충족해야 가석방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칠레 헌법재판소가 27일(현지시간) 군부독재 시절 자행한 인권 침해로 실형을 선고받은 범죄자들의 가석방 요건을 강화한 조치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헌재 결정은 최근 중도좌파 야권이 가결한 인권 범죄자에 대한 가석방 요건 강화 조치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집권당 보수 세력의 패배를 의미한다.
여당은 일반 수감자와 반인권 범죄자에 대해 각기 다른 가석방 조건을 설정함으로써 법 앞의 평등 원칙을 위배했다는 점을 근거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앞서 야권은 반인권 범죄자가 형기의 3분의 2를 마치고, 사법 당국의 범죄 해결에 협조할 경우 가석방을 허용하는 법안을 가결한 바 있다.
범죄 해결 협조 조항은 칠레 독재 정권에 참여했던 전 요원들이 다른 요원들의 반인권 범죄에 입을 다물거나 실종자들과 관련한 단서를 제공하지 않으려고 일제히 침묵을 지키는 상황이라는 법조계의 의견에 따라 마련됐다.
가석방 조건에는 반인권 범죄자가 자신이 저지른 일을 참회해야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형기와 범죄 협조 조항은 이번에 합헌 결정을 받았다. 다만 참회 조항은 위헌 결정을 받았지만, 공개적인 참회가 아닌 개인적 참회로 수정됐다.
인권운동가들은 강화된 가석방 요건을 충족하는 반인권 범죄자가 10여명을 넘지 않는 등 소수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칠레에서는 약 170명의 반인권 범죄자가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서는 항소를 제기할 수 없으며, 결정의 근거는 다음 달 2일 공개된다.
칠레 정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장군이 독재를 펼쳤던 1973년부터 1990년까지 3천명 이상의 정권 반대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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