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석유 절도와 전면전…저장소·유통센터에 군 투입
암로, 석유 절도조직과 페멕스 내부 공모 차단 나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멕시코 새 정부가 국가 경제를 좀먹는 석유 절도를 근절하기 위해 군을 투입하는 등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석유 절도는 국가 자산과 멕시코 국민에게 속한 공공자금을 훔치는 행위"라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텔레비사 방송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특히 석유 절도 조직과 국영 석유 기업 페멕스의 내부 공모자가 연루됐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석유 절도범들은 단순하게 정부 송유관에 구멍을 뚫지 않는다"면서 "매년 30억 달러에 이르는 석유 절도에는 페멕스의 부패한 내부자가 연루돼 있다"고 지적했다.
부패한 페멕스 일부 직원이 석유 절도 갱단과 공모해 석유를 빼돌린 뒤 유통하거나 송유관에 석유를 계속 공급함으로써 절도범들을 돕고 있다는 게 암로의 추정이다.
암로는 "석유 절도범들이 송유관에 낸 불법적인 구멍을 통해 사라지는 석유는 전체의 20%에 불과하다"면서 "나머지는 내부 직원의 협조 아래 유조차에 석유를 싣는 유통센터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송유관에 낸 구멍으로 대량의 석유가 도난당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일 1천만 달러어치의 석유가 600대의 유조차에 버젓이 실려 빼돌려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석유 절도범과 공모한 혐의로 페멕스 직원 3명을 상대로 형사 기소를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사법 당국은 그간 석유 절도범들이 폭발 없이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석유를 훔쳐온 점으로 미뤄 페멕스 직원들의 공모 가능성을 의심해왔다. 송유관 시스템에 대한 지식이나 내부 정보 없이 무턱대고 송유관에 구멍을 뚫었다가는 폭발이나 화재가 일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엄청난 양의 도난 석유가 어떻게 판매되는지도 미스터리였다. 절도 갱단으로부터 석유를 구매한 소매업자들이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트럭 등에 판매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수십 개의 주유소가 도난 석유를 판매해온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또한 막대한 양의 도난 석유 전량이 판매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암로는 페멕스 내부의 공모를 차단하려고 석유 저장소와 유통센터 등 주요 시설에 군을 투입해 감시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기자회견에 배석한 루이스 크레센시오 산도발 국방부 장관은 "주요 석유 유통 시설에서 배분 과정을 더 잘 감시하기 위해 보안 인력 배치를 늘릴 것"이라면서 "이 임무에 투입된 요원들은 추가적인 훈련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정부와 페멕스가 올해 들어 10개월 동안 발견한 송유관 구멍은 1만2천581개에 달한다. 매일 42개의 구멍이 생기는 셈이다.
페멕스는 2016년 이후 도난당한 석유가 1천460억 페소(약 8조2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수년 사이 세력을 급속도로 확장한 석유 절도 갱단은 과거에 평온했던 멕시코 중부 지역을 폭력으로 몰아넣고 있다. 갱단은 종종 한 마을 전체 주민을 동원해 망을 보도록 하면서 출동한 경찰의 현장 접근을 아예 막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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