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텅 빈 연탄 창고" 동장군 기승은 더해만 가는데 기부는 뚝

입력 2018-12-28 06:55
[르포] "텅 빈 연탄 창고" 동장군 기승은 더해만 가는데 기부는 뚝

부산연탄은행 "작년보다 40% 가까이 기부 줄어"

경기침체 여파…기업들, 후원액 큰 폭 감소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연탄 기부가 작년 대비 40% 가까이 줄었습니다. 연탄 가격이 계속 오르는데 기부마저 뚝 끊겼습니다."

강정칠 부산연탄은행 대표는 올해 유난히 근심이 많다고 한다.

연탄 가격이 올랐는데 오히려 연탄 기부는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산연탄은행은 2004년 설립된 이후 매년 겨울마다 50만장 이상을 후원받아 1천500가구에 나눠주는 것을 목표로 활동한다.

2013년부터 40만장가량 후원받아왔는데 올해에는 40% 가까이 큰 폭으로 연탄 기부가 줄었다는 게 강 대표 설명이다.

28일 부산연탄은행에 따르면 부산에는 연탄 난방기구가 2천500가구 정도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쪽방 한 칸을 훈훈하게 하려면 연탄은 하루 최소 3∼4장이 필요하다.

보통 11월 중순부터 2월 말까지 110일 정도를 난방한다고 보면 겨울 동안 필요한 연탄은 1가구당 400∼600장 정도가 된다.

2천500가구 중 1천 가구 정도가 정부 지원으로 해마다 250∼300장 정도 받는다. 부족한 부분은 기부를 받거나 저소득층이 직접 구매해야 한다.

강 대표는 "연탄 가격이 상승해 저소득층 부담이 커지면 기부가 증가해야 하는데 오히려 기부가 줄어든다"며 한숨을 지었다.



우선 경기침체 영향으로 기업 후원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몇 년 전부터 조선·해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업들의 후원액이 줄고 있다.

해마다 1천500만원을 기부했던 한 기업은 올해 500만원으로 후원액을 1/3로 줄였다. 후원을 끊은 기업도 있다고 한다.

연탄값이 올라 같은 후원액이라도 살 수 있는 연탄 수량이 줄었다.

정부가 지난달 G-20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계획 후속 조치를 위해 연탄 판매가격을 최고 19.6% 인상했다.

연탄 가격이 공장도 가격 기준으로 개당 534.25원에서 639원으로 올랐다.

정부는 2016년과 지난해에도 연탄 가격을 같은 수준으로 올려 최근 3년 사이 개당 300원 인상돼 소비자가격은 800원이 넘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배송비도 올랐다.

부산 유일한 연탄공장이 지난해 9월 경영난으로 문을 닫으면서 올해는 경북 경주에서 연탄을 공급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보통 연말에 기부가 집중되기 때문에 연초에는 기부 감소 폭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배송비까지 합치면 1천원에 육박한 연탄값을 감당 못 하는 저소득층이 생길까 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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