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문학상 이소호 "일상의 폭력에 대한 이야기"

입력 2018-12-27 16:26
김수영문학상 이소호 "일상의 폭력에 대한 이야기"

"내밀한 고백에 위로받았으면"… 첫 시집 '캣콜링'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올해 제37회 '김수영 문학상'을 받은 이소호 시인의 첫 시집 '캣콜링'(민음사)은 폭력적인 사건들로 가득하다.

시적 화자인 '경진'은 일기를 쓰듯 자신을 아프게 하는 모든 것을 써 내려 간다.

그것은 매우 사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지극히 보편적이다. 그를 괴롭히는 것은 가족이기도 하고, 자신이 만난 남자이기도 하고, 자신을 억압하는 사회이기도 하다.

이 시인이 서문에 쓴 '쟤는 분명 지옥에 갈 거야. 우릴 슬프게 했으니까'에서 엿볼 수 있는 분노와 고통, 슬픔 등으로 점철한 감정은 전 시집에 걸쳐 반복적으로 드러난다.

이 시인은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진은 내 개명하기 전 이름으로, 타자화한 자신을 의미한다"며 "독자들이 진짜 내 이야기라고 느낄 수 있게 한 장치고, 내 시편들은 진실과 허구가 섞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경진'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까지 낱낱이 펼쳐 보이며 가부장제와 남녀차별, 폭력적인 일상 등에 거친 조롱을 뱉어낸다.

이 시인 작품에서 경진은 피해자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가해자이고, 방관자이기도 하다.

'엄마는 다리를 혐오했다 / 다리 밑에서 주워 온 우리를 (…) 젖을 빠는 대신 우리는 자궁에 인슐린을 꽂고 매일매일 번갈아 가며 엄마 다리 사이에 사정을 했다 / 그때마다 개미가 들끓었다 (…) "엄마는 늘 내게 욕을 했어요 / 애미 잡아먹는 거미 같은 년이라고"'(경진이네 - 거미집' 부분·27∼30쪽)

'"지는얼마나깨끗하다고유난이야못생긴주제에기어서라도집에갔어야지"'('가장 사적이고 보편적인 경진이의 탄생' 전문·49쪽)

이 시인은 고발과 폭로를 통한 심리적 진실을 한 축에 두고 다른 한 축에는 내면의 고통을 예술 작품으로 분출해 내는 전시적 진실을 담았다.

4부 '경진 현대 미술관'에서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니키 드 생팔 등 현대 여성 미술가들에게 영감을 받은 시편들을 미술작품처럼 배치하고 사진과 그림, 타이포그래피 등 시각적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미지를 통해 독자들이 고통과 폭력 현장을 다층적으로 마주하도록 한다.

이 시인은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해 시에서도 다양한 방식을 차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독자들도 똑같은 얘기를 반복한다고 받아들일 수 있어서 어떻게 하면 다른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 작품을 만들어 나갔다"고 밝혔다.

가장 마음이 가는 시는 4부에 있는 '나나의 기이한 죽음'이다.

니키 드 생팔의 슈팅페인팅 작업 방식에서 영감을 받은 이 시를 완성하기 위해 이 시인은 오랜 기간 고민했다.

'아빠만 모르는 전쟁, 피 흘리지 않는 살해, 죄 없는 살인자다 / 우리는 가족이니까 영원히 / 자식 / 새끼니까 나는 말 없이 / 엉덩이를 까고 온몸으로 / 부성애를 느낀다 가족이니까 말 없이 / 아빠에게 총을 겨누고 / 외친다 // [공 공 칠] / 빵!'('나나의 기이한 죽음' 부분·91쪽)

이 시인은 "현대미술은 작가의 생애를 들여다 봐야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많고, 니키 드 생팔은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겪은 성폭력을 치유하기 미술을 시작했다"며 "이를 시로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오래 고민하고 써서 정이 많이 간다"고 돌아봤다.

자극적이고 거친 표현 때문에 다소 불편할 수도 있으나, 이 시인은 독자들이 자신의 시로부터 위로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처음 시를 쓸 때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답답해서 썼어요. 사적인 이야기지만, 일부 독자분이 읽고 공감 혹은 위안이 된다고 했을 때 큰 힘을 얻었죠. 어떤 분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분들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계속 써나가려 합니다."



bookmani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