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새해에도 대선공약 공격적 실행…파동 이어질 듯

입력 2018-12-27 16:04
수정 2018-12-27 20:53
트럼프, 새해에도 대선공약 공격적 실행…파동 이어질 듯

아프간 철군부터 유럽과 무역분쟁, WTO 마비, 이란과 제한적 군사충돌 가능성도

스트랫포 "김정은과 대화 공약은 이행했으나 타결 공약은 쉽지 않을 듯"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격적인 시리아 철군 발표로 2016년 대통령 선거 공약을 이행했듯, 새해에도 2020년 재선을 앞두고 최대한 많은 수의 대선 공약을 실행하려 들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파리 기후 협약 탈퇴 선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불참, 이란 핵협정 파기, 대중 무역전쟁 등의 공약 실천을 강행함으로써 그동안 미국이 주도해 만들었던 세계 정치·경제 질서를 미국 스스로 흔들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의 외교안보 분석업체 스트랫포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해엔 "더욱 공격적으로 자신의 공약 일부, 또는 전부를 달성하려 들 것"이라며 아직 손대지 않았거나 미완인 그의 공약 사안들을 점검했다.

지난 대선 유세 때 전통적인 미국의 대내외 정책에서 벗어난 그의 공약들에 대해, 선거용일 뿐 대통령이 되고 나면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이는 이미 틀린 것으로 판명 났다.

새해 트럼프 대통령이 실행하면 세계에 파동을 일으킬 공약들 가운데 첫 번째 것으로 스트랫포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7천명 감축을 제시했다.

현 주둔 미군 병력의 절반에 이르는 철군 방침에, 탈레반은 평화협상을 이어가면서 최대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압박하든지 미군 철수 때까지 협상을 미루고 기다리든지 하겠지만, 어느 경우든 탈레반의 회복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스트랫포는 예상했다.

미군의 철수가 남긴 틈엔 파키스탄, 이란, 중국, 러시아가 뛰어들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주둔 미군 5천명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이라크 알아사드 공군기지의 미군 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라크에서 철수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변심해 미군을 철수한다면 이슬람국가(IS) 잔당이 재규합하게 될 뿐 아니라, 친이란 시아파가 장악한 이라크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 확대가 명확해진다.

유럽 및 나토와의 관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이 안보 부담을 더 많이 지지 않으면 회원국이 공격받더라도 미국이 자동 개입하지 않을 수 있다며 나토 조약 5조 집단안보 원칙의 폐기를 위협했으나 아직은 국방비 증액 요구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에 더 무서운 것은 대미 수출품에 대한 고율 관세 위협이다. EU와 미국 간 무역 휴전은 "한 오라기 실에 매달린 형국"이다. 농산물의 자유무역 포함이 합의되지 않으면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이 커진다.



올해 미국의 대중 정책의 근간이었던 대중 무역전쟁은 내년 3월 1일까지 휴전 상태에서 협상 국면이다. 중국의 산업정책을 대폭 수정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중국이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미국 증시가 약세장을 펼치면서 양국 간 협상 시한이 미뤄질 수는 있다고 스트랫포는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일원임을 문제 삼아 WTO 탈퇴를 위협할 정도로 반WTO 입장이다. 그러나 대통령 권한만으론 탈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안으로 WTO의 분쟁 해결기구를 마비시키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

이미 WTO 상소기구의 신임 심판관 선정을 막고 있는 미국이 새해 12월 10일까지 승인을 미루면 이 기구는 분쟁에 대한 심리 불능 상태가 된다.

이란 문제의 경우,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사퇴로 인해 대 이란 정책이 더 강경해질 수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에서 값비싼 전쟁의 수렁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이란과 전면전으로까지 이어질 공산은 적다고 스트랫포는 예상했다.

다만 이란이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중대한 도발 행위를 할 경우 미국이나 이스라엘 혹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제한 공습을 하는 일은 가능하다.

트럼프 주변 매파 참모들의 대이란 요구는 정권교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미국과 이란 간 대화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 문제도 있다"고 상기한 스트랫포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는 공약은 실천했으나, 1차 임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의 큰 몫을 재선운동이 차지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과의 "타결" 공약 실천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예상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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