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462개 초교, 석면 해체 중인 건물서 돌봄교실 등 운영"
석면지도 부실작성 알고도 덮은 교육부 담당 2명 정직 요구
초등학교에 설치한 공기청정기 중 168개는 미인증 제품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최근 3년간 462개 초등학교가 석면 해체·제거 공사 중인 건물에서 돌봄교실, 방과후학교, 병설유치원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학교건물에 석면이 사용된 위치를 표시하는 '석면지도'가 부실하게 작성된 사실을 알고도 교육부 담당자들이 재검증 등 조치를 마련하지 않고 덮은 사실이 적발됐다.
감사원은 이러한 내용을 포함해 '초·중·고 학교환경 개선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27일 공개했다.
석면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석면건축물 소유자는 건축물 보수 공사 시 석면이 공기 중에 확산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고, 교육부의 '학교석면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석면 해체·작업지역은 학생·교직원이 생활하는 공간과 격리해야 한다.
그러나, 감사원이 2015∼2017년 석면 해체·제거 공사 기간에 돌봄교실 등을 운영한 초등학교 2천222곳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작업장과 같은 건물에서 돌봄교실을 운영한 학교가 200곳, 방과후학교를 운영한 학교가 130곳, 병설유치원을 운영한 학교가 132곳이나 됐다.
또, 석면이 공기 중에 확산하지 않도록 냉난방기 교체 공사보다 석면 해체·제거 공사를 먼저 해야 하는데도, 2015∼2017년 1천538개 학교가 석면 해체·제거 전에 냉난방기 교체 공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23개 학교의 경우 냉난방기를 교체하면서 석면 해체·제거 미등록 업체가 50㎡ 이상의 석면을 해체한 뒤 재부착하는 작업을 했다.
감사원은 교육부 장관에게 "시·도교육감으로 하여금 석면 해체·제거 공사 기간 중 돌봄교실 등의 운영 공간은 석면 작업장과 격리하는 등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라"고 통보했다.
미등록 업체에 석면 해체 공사를 맡긴 23개 학교에 대해서는 책임소재를 규명한 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발 등 조치하고, 냉난방기 교체 공사 등을 할 때는 석면 해체·제거 공사를 우선 또는 동시에 하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아울러 교육부 장관에게 "석면 함유 분무재가 사용된 학교를 석면 해체·제거 대상학교로 우선 선정토록 하라"고 통보했다.
석면 분무재는 철골의 강화·방수 등을 위해 안개와 같은 뿌리는 방식의 건축자재이며, 진동 등에 의해 쉽게 퍼지고 석면농도가 높다.
건축자재별 석면 함유량을 보면 천장재는 2∼6%, 외장재는 6∼14%이지만, 분무재는 40∼90%이다.
그런데도 교육부가 분무재를 우선 제거 대상에 포함하지 않아, 작년 12월 기준으로 15개 학교의 교실·복도·행정실 등에 석면 분무재가 사용된 면적 2만5천여㎡가 남아있었다.
한편, 감사원은 교육부가 전국 유치원·초·중학교의 석면조사 결과를 검증하도록 표본조사 용역을 주고는, 석면지도 부실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이를 용역성과에서 삭제토록 하고 '표본조사 결과는 석면건축물 전체 학교와 상관관계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문구를 추가토록 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용역에서 표본학교 152곳 중 24곳(15.8%)에서 석면지도에 반영되지 않은 석면구역이 존재했고, 표본 이외 학교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있을 개연성이 파악됐음에도 교육부 담당자들이 이를 덮은 것이다.
감사원이 석면해체·제거 공사가 완료됐다는 142개 학교를 대상으로 한국환경공단에 의뢰해 시료를 채취, 분석한 결과 29개교(20.4%)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감사원은 교육부 장관에게 석면조사 검증용역 최종보고서를 삭제·수정토록 한 담당자와 과장 등 2명을 정직 처분토록 하고, 석면지도를 재검증해 적정한 안전조치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밖에 감사원은 교육부가 지난해 '초등학교 공기정화장치 설치 시범사업'을 하면서 종류나 기능, 성능에 대한 아무런 기준을 두지 않아 일부 미인증 제품이 설치됐다고 지적했다.
초등학교에 설치한 공기청정기 중 3개 업체 제품 168개는 산업표준 또는 단체표준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었다.
감사원이 기타 공기정화장치의 구매실태를 확인한 결과, 6개 교육청에서 미세입자 제거 성능이 입증되지 않은 가습기와 공기살균기 총 237개를 사들인 사실도 확인됐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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