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서울을 떠나지 않는 까닭

입력 2018-12-26 17:27
[신간]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서울을 떠나지 않는 까닭

너도 나도 스스로…·묘지 위의 태양·레인보우 나의 사랑ㆍ춘추전국시대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 신동엽문학상 수상 시인 김현의 신작 산문집.

시 큐레이션 애플리케이션 '시요일'에 연재한 '김현의 詩(시) 처방전'을 책으로 엮었다.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는 27만 시요일 독자들의 사연에 시인이 건넨 공감과 지지의 기록이다.

독자들이 힘겹게 꺼내놓은 사연 별로 처방시를 선물하고, 이에 대한 처방전 또한 품 안에 안겨 준다.

신경림, 도종환, 함민복 등 한국 시단의 든든한 뿌리부터 황인숙, 진은영, 이병률 등 청춘의 지난밤을 밝혀준 중견 시인들의 시와 안미옥, 박소란, 성동혁 등 한국 시를 미래로 이끄는 새로운 감수성까지 한 자리에서 만난다.

실제 독자들의 아픔을 시로 달래며 위로가 간절한 사람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누군가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은 이에게는 용기와 믿음을 준다.

미디어창비. 216쪽. 1만3천원.



▲ 서울을 떠나지 않는 까닭 = 2008년 문학수첩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임수현의 두번째 소설집.

타인과 사회에서 포섭되지 않는 개인의 내밀한 욕망에 주목하는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내면'과 '외면'의 간극에 다시금 돋보기를 들이댄다.

이 소설집 작품들의 등장인물은 사랑하는 존재가 있다.

그러면서도 인물들은 말에 감정을 싣지 않고 텅빈 감정의 자리를 바깥 혹은 '나' 내면의 관찰로 채운다.

'사랑해'라는 말도 없고, 감정도 드러나지 않지만 이들은 사랑한다. 소멸해버린 점, 즉 소실점에서 그들의 사랑은 가능해진다.

주인공들이 소실점의 사랑을 할 때 그들 내면에서 풍경이 나타나고, 그들은 풍경 자체가 된다.

그리하여 '나'는 이 사랑을, 이 삶을, 이 풍경을 산다.

문학수첩. 320쪽. 1만3천원.





▲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 김수영연구회에서 김수영 50주기를 기념해 펴낸 시 해설집.

공동 대표인 문학평론가 김명인·이영준 등 김수영연구회 회원 열네명이 집필했다.

문학평론가에서부터 시인에 이르기까지, 김수영 이름으로 모인 김수영연구회는 4년 동안 매월 한달 이상 모임을 가지며 김수영 시를 분석했다.

이들은 총 170편 시를 분석한 후 중요도가 높은 시 116편을 선정, 각자 복수의 시를 분담해 해설을 쓴 뒤 합평회를 통해 글을 가다듬었다.

집단지성에 의해 완성된 이번 해설집은 김수영 읽기의 새로운 세대를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민음사. 368쪽. 2만원.

▲ 묘지 위의 태양 = 칼럼니스트이자 평론가인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의 에세이.

한국 수필의 정전(正典)은 영문학 고유의 전통적 맛을 창조적으로 체험한 이양하와 피천득 같은 수필가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태동 또한 영문학자로서 그들의 뒤를 이어 한국 수필의 미학적 전통을 확대해 이어간다.

그는 주제를 형상화하는 스토리텔링에서 빼어난 능력을 드러내고, 어휘 선택에서도 탁월한 안목으로 우리말의 본보기를 만들어 간다.

이 책에 실린 50편에 가까운 산문은 삶을 바라보는 성숙한 시각으로 해변에 흩어져 숨은 사금과도 같은 생의 아름다움과 그것이 지닌 진실의 잔무늬를 찾아 언어의 빛으로 밝힌 글들이다.

동서문화사. 300쪽. 1만2천원.

▲ 레인보우 나의 사랑 = 이탈리아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벱페 페놀리오의 대표소설.

최근 세계적 거장 감독 타비아니 형제가 영화화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레인보우 나의 사랑'은 전쟁의 비참함을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극적으로 러브스토리로 전환한다.

개인의 '사적인' 문제가 그 어떤 거시적 전망보다 인간 조건에 결정적일 수 있으며 고귀한 실존적 중요성을 획득한다는 사실을 간결하고 강렬한 필치로 그려낸다.

시대를 초월한 젊은 연인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이 작품의 매력을 한층 더 높여준다.

이소영 옮김. 인간희극. 240쪽. 1만2천원.



▲ 춘추전국시대 = 언론인 출신으로, 웅대한 스케일의 장편소설을 여럿 발표한 고승철 작가의 첫 시집.

간결한 시어로 세태와 언어를 풍자하는 그의 시에는 사회적 굴레와 가식을 벗어던진 예리한 통찰력이 돋보인다.

거침없는 문체와 언어유희로 사회에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들에서 작가가 말하는 '경쾌한 독설'의 미학을 느낀다.

나남출판. 188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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