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R 착공…부산서 기차타고 시베리아철도로 유럽가는 시대 오나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한반도종단철도·경평고속도로 기대감↑
남북 사업의지 확인…"경협 강화로 평화·안보에 경제까지"
(세종=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분단으로 허리가 끊긴 한반도의 철도와 도로를 잇는 사업이 26일 착공식을 계기로 얼마나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날 착공식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때문에 실제 공사를 시작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날 착공식은 남북이 신뢰를 바탕으로 경제협력을 추진할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언제든 철도·도로 연결을 시작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동·서해선 남북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 / 연합뉴스 (Yonhapnews)
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합의한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은 남북이 모두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북한은 노후화로 제 기능을 못 하는 철도와 도로를 남한의 자본·기술로 현대화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 남한은 남북 간 철도·도로가 다시 연결되면 분단으로 섬처럼 갇힌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반도 국가의 위상을 회복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어느 한쪽만 이득을 보는 사업이 아니라 공동이익이 걸린 사안인 만큼, 대북제재 완화 등 여건이 성숙하면 사업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 "경의선·동해선 잇고 시베리아횡단철도로 유럽까지"
남북은 지난달 시작해 이달 마무리한 철도 공동조사에서 북한 지역 경의선과 동해선 제반 현황을 확인하고, 철도망의 전체적인 상태를 점검했다.
경의선 철도는 이미 2004년 서울∼신의주 구간이 연결된 상태다. 2007∼2008년 1년간은 문산∼개성 구간에서 화물열차가 운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지·보수 문제로 시설 개량 등 현대화 사업이 필요한 실정이다.
동해선은 부산에서 출발해 북한을 관통한 뒤 시베리아횡단철도(TSR)가 지나는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닿는 철로다. 현재 남한 측 강릉∼제진(104㎞) 구간이 단절돼 연결 작업이 시작될 예정이다.
현재 북한의 철도는 노반과 레일 등 기반시설이 노후화돼 있고 유지·보수 등 관리가 잘 돼 있지 않아 시속 30㎞ 안팎의 저속 운행만 가능한 것으로 공동조사 결과 확인됐다. 북한은 1990년대 이후부터는 경제난 등으로 철로 신설을 거의 중단해 제대로 정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남북이 철로를 연결하면 완성되는 한반도종단철도(TKR)는 단순한 철도 연결에 그치지 않고 TSR이나 중국횡단철도(TCR), 몽골횡단철도(TMR) 등을 통해 유럽까지 사람과 물류를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사업이다.
경의선의 경우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을 통해 TCR로 갈아탈 수 있고, 동해선은 라진 선봉에서 중국 연변자치주 투먼(圖們)을 경유해 TMR로 가거나 러시아 하산을 통해 TSR로 넘어갈 수 있다.
분단으로 국토의 허리가 끊겨 대륙으로 이어지지 못한 섬나라 같은 처지에 있는 우리나라가 대륙과 연결되며 반도 국가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철도 연결 사업은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는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기본 토대도 된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서해안과 동해안, 비무장지대(DMZ) 지역을 H자 형태로 동시 개발하는 남북 통합 개발 전략으로, 남북 간 교통망 연결이 전제되어야 하는 구상이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동아시아철도공동체'의 전제가 되기도 한다. 문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한다"며 "이 공동체는 우리 경제 지평을 북방대륙까지 넓히고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되어 동아시아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이 석탄철강공동체(ESCE)를 시작으로 경제뿐 아니라 안보협력, 지역통합의 길로 나아갔듯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동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철도 협력을 시작으로 평화와 안보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 '경평고속도로' 현실화?…서울∼신의주 도로연결 '속도'
남북 간 철도 연결이 한반도 교통·물류의 중추망을 잇는 사업이라면, 남북 도로 연결은 한반도 전역에 모세혈관처럼 퍼진 도로망을 정비하기 위한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
먼저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연결이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꼽힌다.
경의선 도로는 한반도 서쪽에 있는 1번 국도의 서울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구간으로, 길이가 500여㎞에 달한다. 이 도로는 분단 이후 서울∼개성을 잇는 구간이 끊긴 상태다.
남한의 문산(파주시 문산읍)과 북한의 개성 구간(19㎞)을 이으면 서울에서 평양까지 고속도로로 달릴 수 있는 도로망이 완성된다.
남북이 개성∼평양 고속도로를 공동 이용하려면 우선 개성∼문산 고속도로 건설과 개성∼평양 고속도로 현대화 등이 추진돼야 한다.
개성∼문산 고속도로 건설은 이미 2015년에도 추진됐으나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중단된 바 있다.
이 도로는 남측의 수원∼문산 고속도로(2020년 완공예정), 북측의 개성∼평양 고속도로와 연결돼 남북 수도를 잇는 핵심도로축이 될 수 있다.
166㎞에 달하는 개성∼평양 고속도로는 구간 공사를 해 이음새 부분 등에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터널과 교량들이 많아 경제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간의 기존 포장을 제거하고 아스팔트로 재포장하는 방안이 한때 추진됐으나 결실을 보지 못했다.
남북은 지난 8월 경의선 도로에 대한 공동조사를 진행했지만, 동해선 공동조사 일정은 확정하지 못했다. 이날 착공식을 앞두고 지난 21∼24일 공동조사 대신 고성∼원산 도로 약 100㎞ 구간을 점검하고 경의선 개성지역 도로 4㎞ 구간을 살펴보는 현장점검을 벌였다.
남북 경의선 구간 중 남측 구간인 문산∼도라산 구간(11.8㎞)의 고속도로 건설 공사는 최근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받아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었다.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3∼4년이 소요되는 예타 조사 면제에 따라 남북 경의선 도로 연결 사업은 최소 6개월의 기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서울∼도라산 도로는 국도 1호선인데, 새로 왕복 4차로 고속도로를 건설해 서울∼문산 고속도로 개통과 맞출 계획이다.
남북 조사단은 내년 초 철도·도로에 대한 추가조사 및 정밀조사에 공감하고 우리 정부가 향후 기본계획 수립과 설계 등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북한의 비핵화 진전, 대북제재 완화 등 여건이 성숙하면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남북 철도 착공식 마무리…특별열차 서울역 귀환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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