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갇힌 '스파이' 아내 둔 英남편 "가슴 혹 치료도 못 받아"

입력 2018-12-26 11:14
이란에 갇힌 '스파이' 아내 둔 英남편 "가슴 혹 치료도 못 받아"

이란계 영국인 자가리-랫클리프, 고국 방문했다가 약 3년 수감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이란 당국에 스파이 혐의로 체포돼 3년가까이 수감 중인 이란계 영국 여성이 가슴에서 새로운 혹들이 발견됐지만 치료도 못 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인 남성 리처드 랫클리프는 이란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아내 나자닌 자가리-랫클리프가 의사를 만나는 일조차 허용되지 않아 의기소침해 있다는 주장을 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처드의 주장은 아내가 이날로 40회 생일을 맞고, 스파이 혐의를 받던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의 아바스 에달라트 교수가 최근 8개월 만에 풀려난 직후 나왔다. 컴퓨터과학 및 수학 교수인 에달라트는 이란과 영국 이중국적자다.

이란 입국이 허용되지 않고 있는 리처드는 아내가 이번 생일까지는 풀려날 것으로 큰 기대해왔기 때문에 더욱 풀이 죽어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외교적 해법을 통한 해결 가능성도 긍정적이지 않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리처드는 "우리가 요구하고, (영국의)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이 요구하는 것 중 하나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사를 만나는 것"이라며 아내가 양쪽 가슴에 혹들이 새로 발견되고 있지만, 신경과 의사를 만나는 일조차 오랫동안 봉쇄돼 있다고 호소했다.

그의 아내 자가리-랫클리프는 영국 자선단체 톰슨로이터재단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다 2016년 친정 가족을 만나고 영국으로 돌아가려다 공항에서 체포됐다.

자가리-랫클리프는 이란 정권을 '조용히 전복'하려는 계획을 짜 안보를 위협한 혐의로 지난해 1월 결국 5년형을 선고받았다. '조용한 전복'은 무력이 아닌 반(反)이슬람, 반정부적인 선동을 인터넷이나 소규모 모임 등을 통해 유포한다고 판단될 때 쓰는 표현이다.

그는 이란과 영국의 이중국적자지만, 이란은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아 법적으로 자국민으로 대우한다. 당시 함께 입국했던 22개월짜리 딸도 이란을 떠나지 못하고 현재 친정에서 자라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예정에 없던 사흘간의 귀휴를 받아 가족을 만난 바 있다.

영국 정부는 이란 정부에 석방을 꾸준히 요청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헌트 장관은 지난주 남편 리처드를 만난 데 이어 성탄절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자가리-랫클리프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다. 테리사 메이 총리도 지난 9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그의 석방 문제를 제기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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