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 도성훈 인천교육감 "드라마 '스카이캐슬' 같은 교육현실 개선"
잇따른 학교 폭력 해법은…민주 교육 강화·학교인권조례 제정
"내년 원도심 과소학급 대책 마련…인사 혁신안도 발표"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27일 "우리나라 교육 현실은 여전히 드라마 '스카이(SKY) 캐슬'과 똑같다"고 진단했다.
도 교육감은 이날 연합뉴스 신년 인터뷰에서 "학교 폭력을 비롯한 교육 문제는 우발적이고 일회적인 사안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며 "친구를 밟고 일어서야 좋은 곳에 갈 수 있다는 경쟁 위주 교육이 각종 학교 문제를 낳는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도 교육감과 문답.
-- 취임 후 반년가량이 지났다. 성과와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 첫손에 꼽는 성과는 신도시 과밀학급에 숨통을 틔웠다는 것이다. 올해 교육부 승인을 받아 과밀학급이 심각했던 신도시에 학교 12곳을 신설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과밀학급이 생기면 그때야 대책을 마련하는 방식이었다. 이번엔 검단·송도·청라 등 과밀이 예상되는 학교 72곳을 미리 전수 조사해 선제 대응했다.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중·고등학교 무상교복을 시행하게 된 것도 큰 성과다. 어린이집까지만 시행했던 무상급식은 사립유치원 3∼5세 3만2천명 원아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올해 인천에서 일어난 학교 폭력 사건들은 교육감으로서 매우 안타까운 대목이다.
교육 수장의 자리에 있으면서 이러한 폭력을 막을 수 없었다는 사실이 정말 죄송하고 면목이 없다. 학교 폭력을 비롯한 교육 문제는 우발적이고 일회적인 게 아니라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여러 요인을 분석해서 최대한 (학교 폭력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최근 중학생이 또래로부터 폭행당하다가 옥상에서 추락사하는 등 인천에서 유독 굵직한 학교 폭력 사건이 잇따랐다. 원인과 해법을 진단한다면.
▲ 요즘 학생들 꿈이 유튜버라고 한다. 그만큼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향이 커졌다는 이야기다. 아이들일수록 유튜브·영화·게임의 폭력적인 면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기 쉽고 금방 무감각해진다. 이런 여과되지 않은 미디어가 학교 폭력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
경쟁 위주의 입시 교육도 문제다.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우리나라 교육 현실과 똑같다. 친구를 밟고 일어서야 좋은 데 갈 수 있다는 식의 인식과 교육 문화가 언어폭력과 사이버불링을 비롯한 각종 학교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문화에서는 '다름에 대해 존중하고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나보다 약한 것은 짓밟는다'는 식의 비민주적 차별이 자리 잡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는 민주 시민 교육을 제시하고 싶다. 우선 아이들이 자기 문제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 교내 자치 활동을 활성화해 학생과 교사, 교사와 학부모, 교장과 교사 간 민주적인 소통 관계를 확립하겠다. 내년에는 학교인권조례를 제정해 이러한 소통의 기반을 다지겠다.
-- 이른바 '유치원 3법'에 대한 입장과 비리 재발 방지책이 궁금하다.
▲ 유치원 3법은 가능한 한 빨리 통과돼야 한다. 인천은 내년부터 사립유치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기로 하고 예산도 통과돼 회계 투명성과 공정성이 더욱더 요구되는 시점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인천 내 모든 사립유치원이 유치원 입학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제정할 예정이다. 처음학교로에 참여하는 인천 사립유치원은 지난해 1곳에서 올해 108개로 늘었다.
또 내년 3월부터 200명 이상 대형유치원은 에듀파인(국가회계시스템) 사용을 의무화하고 2020년에는 전면 도입하겠다. 병설 유치원도 55개 학급 증설해 공립유치원을 확대하겠다.
-- 신도심은 학생이 급증하지만 원도심 교실은 텅 비었다. 학교 통폐합에 대한 로드맵이 있는지.
▲ 내년에는 학생이 적은 원도심 '과소학급'에 대한 전수 조사를 끝낼 예정이다. 주요 대상은 중·동구와 섬 지역인 강화·옹진군 지역 학교다. 현재 강화군 볼음도와 교동도에서는 일부 학교의 폐교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교육부는 학생이 100명 이하인 곳을 통폐합 대상 학교로 판단하는데 이 기준 이하라고 해서 모든 학교를 통폐합하진 않을 것이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학교의 미래 전망을 공유하고 학생 수는 적지만 살릴 수 있다는 판단이 되면 폐교하지 않을 수도 있다. 대신 원도심과 신도시 간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 5년 동안 111개 학교에 교육 환경 개선비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 인권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한 복안은.
▲ 이번 달에 시교육청 인권보호관을 처음 채용했다. 인권 교육과 상담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내년에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 모두가 주인이 될 수 있는 학교인권조례를 제정해 인권 감수성 교육을 강화하려고 한다. 또 학생들에 대한 노동 인권교육을 활성화하고 청소년 노동인권 토론회를 여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
-- 내년 역점 사업이 있다면.
▲ 내년 역점을 둔 사업은 크게 4가지다. 첫째는 청렴성 강화다. 인사혁신추진단을 통해 내년 상반기까지 인사 혁신안을 발표하고 시민이 함께하는 인천교육 청렴위원회를 운영하겠다.
둘째는 혁신 교육이다. 인천형 혁신학교 모델인 행복배움학교를 현행 40곳에서 62곳으로 확대하고 내년까지 진로교육원 설립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하겠다. 인천 대중문화예술고등학교의 청사진도 내놓을 예정이다.
셋째는 안심할 수 있는 학교 환경 조성이다. 1월 1일부터 학교폭력 원스톱대응센터를 구축하고 위(Wee) 센터도 4곳 더 늘리겠다.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대안 교실을 학교 100곳에 만들고 학업중단숙려제 운영 기관도 85곳으로 확대한다.
마지막으로 소통과 협력이다. 민관이 참여하는 미래교육위원회를 만들어 정책 수립과 추진 과정에 의견을 수렴하겠다. 또 교육감이 직접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챙기고 노동존중위원회를 설치해 노사 협력문화를 정착시키려고 한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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