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에' 美국경억류 과테말라 아동 또 희생…이번엔 8세 소년(종합2보)
감기·고열로 응급치료받았으나 끝내 사망…이달초 7세 소녀 이후 두번째
지난주 국경 넘은 듯…국경장벽發 셧다운 속 사망사건 주목
(서울·뉴욕=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이준서 특파원 = 미국 국경순찰대에 구금돼있던 중미 과테말라 출신의 8세 소년이 성탄절인 25일(현지시간) 새벽 숨졌다고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밝혔다.
앞서 이달 초 과테말라 출신의 7세 소녀도 미국 국경에서 억류돼 있다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등 한 달 새 어린아이들의 비극적 희생이 잇따랐다.
CBP에 따르면 미국-멕시코 국경지대에 구금 중이던 펠리페 고메스 알론소라는 이름의 이 소년은 크리스마스이브이자 사망 하루 전인 24일'잠재적 질병의 징후'를 보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아버지 아구스틴(47)과 함께 뉴멕시코주 앨라마고도의 '제럴드 챔피언' 지역 의료센터로 옮겨져 감기와 고열 진단을 받았다.
알론소는 병원에서 90분간 머문 뒤 항생제와 진통·해열제 처방을 받고 퇴원 조치 됐으나 그날 저녁 메스꺼움과 구토 증상을 보여 다시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불과 몇 시간 만에 숨졌다고 CBP 측은 밝혔다.
사망 시간은 자정을 막 넘긴 직후라고 CBP는 설명했다.
세계 곳곳에서 성탄 전야 자정 미사와 예배가 진행되는 순간, 알론소에게는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산타의 선물' 대신 끔찍한 비극이 찾아온 것이다.
CBP 측은 "사인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며 "미 국토안보부와 과테말라 정부에도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CBP는 구체적인 구금 장소를 밝히지 않았지만, 앨라마고도는 주요 국경지대 도시인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북쪽으로 90마일(145km) 떨어진 곳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 주재 과테말라 영사관 등에 따르면 이들 부자는 지난 18일 텍사스주 엘패소를 통해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었고, 최종 목적지는 테네시주 존슨 시티였다.
알론소는 '아주 건강한 상태'였다고 그의 아버지 아구스틴의 말을 인용해 과테말라 영사관측이 전했다.
이들 부자는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에서 450km 떨어진 넨톤이라는 고향 마을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고 한다.
앞서 지난 8일에도 과테말라 출신의 7세 소녀 재클린 칼 마킨이 아버지와 함께 뉴멕시코주의 국경을 넘었다가 국경순찰대에 체포된후 탈수와 쇼크 등의 증세를 보여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숨졌고, 결국 시신은 지난 23일 고국으로 운구됐다.
한편, 불법 입국자들은 일시적으로 CBP 시설에 머물다가, 이후 석방되거나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장기구금 시설로 이동하게 된다. 이 때문에 CBP 시설에서는 72시간 이상 구금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고 폭스뉴스는 설명했다.
호건 기들리 백악관 대변인은 전화 브리핑에서 "매우 슬프다"면서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자 관계 당국 차원에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미국 언론들은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문제로 촉발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한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CBP 직원과 국경순찰 인력은 셧다운 상황에도 근무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민주당에서는 국경지대에 구금된 아동들의 잇따른 사망 사건을 들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강경 기조를 비판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연방정부가 언제 문을 열지는 말하지 못하지만, 우리가 장벽을 갖지 않으면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며 '셧다운 장기화'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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