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아 "라이벌 박은진의 블로킹, 의식이 되더라고요"
"신인왕 경쟁 재밌게 하고 싶어"
(인천=연합뉴스) 하남직 = "솔직히 박은진이 톰시아를 블로킹할 때는 기분이 별로였어요."
진심과 농담을 반반 섞은 이주아(18·흥국생명)의 한마디에 모두가 웃었다.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를 책임질 동료이자 라이벌인 센터 이주아와 박은진(18·KGC인삼공사)은 2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둘은 원곡고(이주아)와 선명여고(박은진)를 이끄는 라이벌이었다. 하지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함께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으며 우정을 쌓았다.
2018-2019 신인 드래프트까지도 둘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은 흥국생명은 이주아를 뽑았고, 인삼공사는 지체하지 않고 2순위에서 박은진을 호명했다.
이주아와 박은진은 경기 전후로 마주치면 밝게 웃는다. 24일에도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는 진하게 포옹하며 안부를 물었다.
하지만 코트에서는 지고 싶지 않다. 둘은 라이벌 구도를 굳이 피하지도 않는다.
이주아는 24일 팀이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한 뒤 "은진이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은진이보다 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세트 1-0에서 박은진은 흥국생명 외국인 선수 베레니카 톰시아(등록명 톰시아)를 블로킹했다.
그 장면을 가까이서 지켜본 이주아는 "솔직히 기분이 별로였다"고 했다.
이날 개인 성적은 박은진이 조금 앞섰다. 박은진은 10점을 올렸고, 이주아는 7득점 했다.
하지만 아직은 승패를 가를 수 없다. 외국인 선수 알레나 버그스마(등록명 알레나)가 빠진 인삼공사에서 박은진의 공격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주아는 일단 '개인 성적은 판정패'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주아는 "다음에는 제가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주아와 박은진은 점점 출전 시간이 늘고 있다.
특히 이주아는 1위로 올라선 팀의 주전 센터 자리를 꿰찼다. 이주아는 "아직 주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래도 선배들께서 '네가 해줘야 한다'고 말씀하실 때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당연히 이주아의 목표는 신인왕이다. 그는 "정지윤(현대건설)과 박은진이 잘하고 있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신인왕에 욕심이 난다. 재밌게 경쟁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인 선수들은 2018-2019 V리그 여자부 흥행을 이끄는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주아가 드러낸 의욕은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까지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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