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 이석문 제주교육감 "IB 한글판 도입, 교육사 전환점 될것"
"제주를 교육복지특별도로…현미경 복지, 학습 복지 위해 노력"
"4·3 100주년 바라보는 평화인권교육, 남북 교육교류도 추진"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이석문 제주교육감은 26일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국제 바칼로레아) 교육 프로그램 한글판 도입은 대한민국 교육 역사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이날 연합뉴스 신년인터뷰에서 "IB 교육 프로그램을 한글로 번역, 도입하는 것은 평가 혁신을 본격화하는 물꼬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관계없이 모든 아이가 같은 출발선에 서는 '제주교육복지특별도'를 만들어가겠다며 "지금까지는 무상복지 실현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현미경 복지를 추진하고, 학습 복지를 이뤄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교육감과의 문답.
-- 두 번째 임기에 접어든 지 반년이 지났다. 소감은.
▲ 선거를 치열하게 치른 다음날 바로 직무 복귀해 여기까지 왔다. 선거의 후유증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그럼에도 온전히 쉴 수 없었다. '이석문 시즌 2'를 이어가게 해준 도민들의 뜻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지난 임기에는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슬로건으로 복지나 안전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면, 이번 임기에는 아이 한명 한명이 일상에서 존중받는 문화를 차근차근 만들어가고자 한다.
-- 교육복지 지원 확대 계획은.
▲ 제주를 '교육복지특별도'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교육복지특별도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관계없이 모든 아이가 같은 출발선에 서는 제주 공동체를 실현하겠다는 뜻이다.
지난 1기부터 지금까지 무상복지 실현에 집중했다. 무상교육과 무상급식을 고등학교까지 전면 확대했다.
앞으로는 삶의 세세한 부분을 지원하는 '현미경 복지'를 추진하겠다. 다자녀 가정 자녀들에 대한 방과후 수강비 지원, 4대 질병 치료비 지원 정책이 대표적이다.
궁극적으로는 '학습 복지'를 이루려 한다. 기초학력과 중도탈락, 맞춤형 진로진학교육 등의 정책도 복지의 관점으로 접근하겠다.
-- IB 교육 프로그램 한글화 및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 새해에 읍·면 지역 일반고 한 곳을 IB DP(Diploma Programme, IB 고교과정) 도입 학교로 지정할 계획이다.
(현재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일본어로 운영되는) IB 프로그램 한글화에 대해 총론은 합의가 이뤄졌다. 한글 번역 관련 협력각서(MOC)에 대해 세부 문구를 조정 중이다. 늦어도 새해 3월 안에는 최종 계약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IB DP 한글판 도입은 대한민국 교육 역사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평가 혁신을 본격화하는 물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IBO(IB를 주관하는 스위스의 비영리교육기관)와 계약을 하면 학교 선정과 세부 운영방침 마련에 착수할 것이다. 교육부, 타 시도교육청과 협의하며 전국 확대 방안도 논의할 것이다.
-- 고교체제 개편과 고입제도개선 추진상황을 점검, 자평한다면.
▲ 고교체제 개편의 중점은 특성화고와 읍·면고를 '선택하는 학교'로 만드는 것이며, 그런 흐름 속에서 고입 선발고사(연합고사) 폐지도 진행했다.
많은 걱정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고교에 고르게 지원하는 흐름이 만들어졌다. 서귀포와 읍·면 고교가 좋은 진학 성과를 내고 있고, 애월고·함덕고 예술과도 점차 안정되고 있다. 특성화고 활성화 정책도 꾸준히 추진되면서 학교가 저마다 특성을 갖고 고르게 발전한다고 평가한다.
성산고 국립해사고 전환 문제는 정부 예산 미반영으로 불발돼 아쉽다.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지만, 전환은 어렵다는 정부 입장이 확고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4년을 끌어온 문제여서 이제는 가부를 결정해야 하지 않겠나. 의견을 좀 더 수렴해서 1월 중에는 해사고 전환을 계속 추진할지, 다른 발전 방향을 찾을지 결정할 계획이다.
제주외고 일반고 전환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고교학점제와 맞물려 논의가 좀 더 필요하다.
-- 고 이민호군 사고 후 1년이 지났다. 특성화고 현장실습 관련 상황은.
▲ 특성화고 현장실습 안전 문제는 교육청에서 감당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우선 노동안전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 올해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고, 전국적으로 위험의 외주화가 이슈가 됐다.
이와 맞물려 특성화고 취업률은 상당히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후 현장실습을 통제하면서 산업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현 상황에서 취업률 제고를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은 계속해서 할 계획이다.
'학교협동조합 지원센터' 설립·운영도 추진 중이다. 조례를 제정해 학교협동조합 활성화 기반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협동조합을 만들었다고 해서 당장 취업 확대 효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도민사회의 협력과 지원이 바탕이 돼야 한다. 협동조합에서 아이들 꿈과 희망이 자라고, 취업의 결실로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4·3 100주년을 바라보는 평화인권교육 계획은.
▲ 4·3 안에서만이 아닌, 한국 근현대사의 관점에서 4·3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역사 교과서에 4·3 집필 기준을 반영한 것이 이런 이유다.
2019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해다. 평화인권교육과 연계한 기념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이를 통해 임시정부 수립과 광복, 해방 공간 등 일련의 현대사 흐름에서 4·3을 바라보고 역사의 가치를 함양하도록 할 것이다.
지난해 전국 교사 1천명이 4·3평화인권교육 연수를 받았다. 평가와 효과 모두 좋았다. 앞으로 4·3은 교육으로 기억되고 계승돼야 한다. 향후 10년간 전국 교사 1만명이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확충하겠다.
-- '한라에서 백두까지' 남북 교육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 지난해 제주국제청소년포럼에 북한 학생들을 초청하는 것을 추진했는데 아쉽게 안 됐다. 올해 다시 추진하려 한다.
제주 감귤과 한라산 등 제주가 남북평화를 증진하는 중심이 되고 있다. 도청·유관기관과 함께 '남북교육교류협력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남북 관계 상황에 따라 정책 추진 속도와 방향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남북 관계가 계속 개선돼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새해 역점 추진 사업은.
▲ '아이 한 명, 한 명이 존중받는 제주교육'을 실현하겠다. 제주 공교육을 국제 학교 수준으로 높일 것이다.
이를 위해 IB 도입을 통한 평가 혁신을 추진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행정 지원 혁신과 리더십 혁신을 추진하고, 행정지원 혁신을 위해 조직개편을 한다.
'교육 중심 학교 시스템' 구축의 가시적 결과를 만들고, 학생 맞춤형 기초학력 지원으로 학습복지를 이루겠다.
'제주교육 공론화 위원회'를 운영하고, 학교 생태 숲과 기적의 놀이터 조성 등을 통해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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