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 CEO, 말레이 측 수수료 반환요구 일축…"정당한 대가"

입력 2018-12-24 15:37
골드만 CEO, 말레이 측 수수료 반환요구 일축…"정당한 대가"

"국영 펀드 수수료는 시장과 정치적 위험 반영해 결정"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수수료 반환요구를 받고 있는 미국 유력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수수료는 "시장과 정치적 위험을 반영한" 정당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는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 명의로 사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4일 전했다.

솔로몬은 사원들에게 보낸 연말 메시지에서 말레이시아 정부계 펀드 '1MDB' 측이 "(자금조달의) 속도와 확실성을 중시해 달라는 요청을 해 왔다"면서 수수료결정은 시장과 정치적 위험에 더해 인수한 채권을 투자가들에게 판매할 때의 불확실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인수한 채권 재고를 모두 판매하는데 "약 1년이 걸렸다"고 지적, 위험에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였다고 말했다.



솔로몬의 메시지는 수수료 반환과 거액의 배상을 요구한 말레이시아 정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어서 양측의 인식차이가 크다는 사실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1MDB의 자금유용에 관여한 전직 골드만삭스 간부 등을 지난 11월 기소했다. 말레이시아 검찰 당국도 12월 전직 골드만삭스 간부와 골드만의 자회사 등을 형사기소하고 벌금을 구형했다.

골드만삭스는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수조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골드만삭스는 2012∼2013년세 차례에 걸쳐 65억 달러(약 7조3천억원) 상당의 1MDB 채권발행을 대행하고, 6억 달러(약 6천700억원) 상당의 수수료를 챙겼다.

토미 토머스 말레이시아 법무장관은 채권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의 절반에 가까운 27억 달러(약 3조원)가량이 유용 혹은 횡령됐다면서, 골드만삭스가 이런 결과가 초래될 것을 알고서도 투자자들을 속여 돈을 끌어 모았다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유용·횡령된 공적자금 전액과 채권발행 수수료를 합친 금액인 33억 달러를 훨씬 넘는 규모의 벌금이 골드만삭스에 부과되기를 원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 고위관계자 중에는 75억 달러(약 8조4천350억 원)의 거액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솔로몬의 메시지는 법인의 책임을 묻는 외부의 주장을 최고책임자가 직접 반박함으로써 직원들의 동요를 막으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가 받은 수수료율은 통상 채권인수업무에 비해 턱없이 높은 것이어서 "조직적 부정이 있다는 의심을 당연히 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1MDB가 발행한 채권에 대한 지급보증을 섰다가 수조 원대의 손실을 떠안는 처지가 됐다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국부펀드 국제석유투자(IPIC)로부터도 지난달 21일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IPIC는 골드만삭스가 신원불명의 말레이시아인과 공모해 IPIC 전 경영진을 매수함으로써 IPIC에 해가 되는 의사결정을 하도록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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