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주휴시간 임시 봉합…최저임금 뒷북 정책 그만해야

입력 2018-12-24 14:44
[연합시론] 주휴시간 임시 봉합…최저임금 뒷북 정책 그만해야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24일 국무회의에서 최저임금 산정기준을 담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심의를 보류했다. 대신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주 40시간 근무하면 하루가 나오는 법정 주휴 시간(유급으로 처리되는 휴무시간)은 포함하고, 기업과 노조가 협약하는 약정 주휴 시간은 근로시간과 임금에서 모두 제외하는 수정안을 31일 재심의한다. 노사 단체협약으로 유급휴일을 이틀까지 인정하기도 하는 대기업에서 최저임금 기준을 맞추지 못하자 마련한 봉합책이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계산 때 주휴 시간을 근로시간인 분모에만 넣으면 최저임금이 20% 이상 올라 1만원을 넘고 대기업조차 최저임금을 위반하게 된다고 주장해왔다. 대법원은 주휴 시간을 주당 근로시간에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고 수차례 판결했다. 이런 미해결 쟁점이 있는데도 정부는 법정·약정 주휴 시간을 모두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하는 시행령 개정을 강행했다. 그 결과 벼락치기 수정안을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재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올해 마지막 날 다시 심의하게 됐다. 개정 시행령 적용이 당장 내년 1월 1일이다. 이낙연 총리가 국무회의 후 "최선의 방안을 찾아내고 우려의 소지를 최소화하도록 성의를 다해 설명해드려야겠다"고 당부했으나 만시지탄이다.

정부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원안을 강행할 때의 설명은 "8월부터 입법예고를 했고, 주휴 시간을 최저임금 산정에 사용해온 그간의 행정 해석을 명문화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기본급 비중이 낮은 일부 대기업 임금 체계의 문제 등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에 대한 대국민 설득은 부족했다. 주휴 시간을 최저임금 계산에 적용하지 않으면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생의 권익이 얼마나 손상되는지 따져봤는지도 의문이다. 국무회의 하루 전인 23일에야 관계부처 장관이 '녹실회의'를 열고, 국무회의 당일 수정안을 논의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

최저임금은 올해 내내 논란이었다. 그만큼 노사 이해가 첨예하게 충돌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사전 설득작업은 소홀히 한 채 정책을 강행했다가 논란이 커진 후에야 보완책을 내놓는 모습을 되풀이했다. 지난 5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에 포함해 최저임금법을 개정하자, 노동계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희석한다며 반발한 것도 비슷한 사례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주 52시간제와 관련해 일부 기업에 대한 계도 기간을 탄력근로제 개정법이 시행되는 내년 3월 말까지 연장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세적 대응에만 급급하면 통찰력 있는 정책은 나오지 않는다. 새해에도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등 과제가 많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의 취지를 간직하면서도 부작용을 보완할 계획을 미리 마련해 체계적으로 대응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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