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동 성매매업소 화재 2차 합동감식…"1층 홀에서 최초 발화"(종합)

입력 2018-12-24 17:50
수정 2018-12-24 17:55
천호동 성매매업소 화재 2차 합동감식…"1층 홀에서 최초 발화"(종합)

10평 남짓한 2층에 방 6개 밀집…비상통로 없고 방범창 탓 대피 늦은듯

국과수, 연탄난로·전선·가연물 분석…경찰, 여성감금·불법 증개축 여부 수사

여성단체 "개발 이권 다툼에 여성들 비극…국가·지자체 대책 마련"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2명이 숨진 서울 강동구 천호동 성매매업소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유관기관이 24일 2차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서울 강동경찰서와 강동소방서·국립과학수사연구원·한국가스안전공사·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 4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일명 '천호동 텍사스촌'이라 불리는 성매매업소 집결지 한 업소의 화재현장에서 합동감식을 벌였다.

2차 합동감식에서도 1차와 같이 최초 발화 지점이 1층의 홀 주변이었던 것으로 재차 확인됐다.

1층 홀에는 연탄 난로가 있었고 화재 당시 '펑' 하는 폭발음이 들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현장에 있던 전선과 가연물 등 증거물을 확보했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최종 발화지점과 화재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천호동 성매매업소 화재 2차 감식…"정확한 발화점 등 규명" / 연합뉴스 (Yonhapnews)

지난 22일 오전 11시 4분께 이곳 2층짜리 성매매업소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박 모(50) 씨 등 2명이 숨지고, 2명이 위중한 상태에 빠졌다. 1명은 경상을 입었고 1명은 큰 부상 없이 구조됐다.

경찰은 사망한 2명을 부검한 부검의가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치사 농도를 초과해 화재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구두소견을 냈다고 전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2개 층을 합친 연면적이 269.36㎡(약 81.5평)인데, 외관상 성매매업소는 건물의 약 4분의 1만 차지하는 모습이었다.

건물의 나머지 부분은 1층은 갈비탕 식당, 2층은 창문에 '전국연합회 천호지부 대책위원회'라고 적힌 사무실이었다. 주민들은 대책위 사무실이 '텍사스촌'이라고 불리는 이 일대 성매매업소 전체 상인회의 회장이 쓰는 사무실이라고 전했다.

갈비탕 식당과 상인회 사무실을 제외하면, 성매매업소는 한 층에 10평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좁아 보였다.



관계 당국이 현재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성매매업소는 1층은 호객행위를 하는 곳이었고, 2층은 성매매가 이뤄지거나 여성 종사자들이 잠을 자는 곳으로 좁은 방 6개와 화장실·복도로 나뉘어 있었다.

사상을 당한 여성들은 한 방에 1평도 되지 않는 좁은 공간에서 잠을 자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다.

불이 1층에서 시작되는 바람에 유일한 계단으로 화염이 뿜어져 올라왔고, 별다른 비상 탈출 통로는 없었던 데다 창문은 방범창으로 막혀 있어서 빠른 대피가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40명으로 이뤄진 전담팀을 꾸린 경찰은 2차 합동감식 결과를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주말에 동안에는 가능한 피해자 2명과 업소 관계자들, 유족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경찰은 1층에 있었던 연탄난로가 폭발하는 바람에 불이 시작했을 가능성 등을 살펴보고 있다.

또 건물주나 업소 관계자들이 성매매여성을 감금했는지, 불법으로 건물을 증·개축해 건축법 등 관련 법규를 위반한 정황이 있는지도 수사할 방침이다.

아울러 경찰은 여성가족부·강동구청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피해자와 유족의 심리적 안정과 경제적 지원을 위해 긴급의료비 및 장제비 등을 지급할 방침이다.



이날 화재현장에는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등 여성보호단체 대표 3명이 방문해 여성인권이 유린당한 정황은 없는지 경찰 협조 하에 확인하기도 했다. 경찰은 여성단체 대표들에게 내부 구조와 감식사항 등에 관해 설명했다.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포주와 건물주들 간의 개발을 둘러싼 이권 다툼에 여성 인권은 안중에도 없던 상황이 다시 안타까운 죽음을 만들었다"면서 "공권력은 여성의 탈성매매 지원과 불법 이익 환수 등의 종합 대책이 아니라, 지역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부동산 개발에만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사건은 노후 건축물로 인한 우발적인 비극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방치한 성 착취의 공간에서 일어난 예정된 비극"이라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연대는 서울시성매매피해여성지원협의회(서지협), 천호동 지역 성매매피해자 인권보호 및 반성매매를 위한 상담소 '소냐의 집' 등과 함께 '천호동 성매매집결지 화재사건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시민사회 차원에서 이 사건에 대한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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