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동량 신기록 부산항 과부하…확장 차질로 한계상황 우려

입력 2019-01-07 07:06
물동량 신기록 부산항 과부하…확장 차질로 한계상황 우려

부두 건설·장비 확충 지연…장치장 포화에 효율성 떨어져

신항 일부 선대 북항 이동·빈 컨테이너 분산 등 대책 필요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부산항이 늘어나는 환적화물 덕분에 물동량 신기록 행진을 하고 있지만, 시설 부족으로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건설 중인 민자부두가 모래 부족으로 개장을 1년 이상 연기할 수밖에 없고, 기존 일부 부두의 하역 장비 확충 계획도 늦어져 앞으로 늘어나는 물량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항 물동량은 2천176만여개로 2017년(2천49만개)에 이어 2년 연속 신기록을 세웠다.

우리나라 수출입화물은 지난해보다 0.7%가량 줄었지만, 부산항에서 배를 바꿔 제3국으로 가는 다른 나라의 환적화물이 11%나 늘면서 신기록 행진을 하고 있다.

항만공사가 세운 올해 물동량 목표치는 지난해보다 80여만개 많은 2천250만개이다.

이러한 물동량은 해양수산부가 산정한 부산항 적정 처리능력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해수부가 2016년 제3차 항만 기본 수정계획에서 제시한 부산항 처리능력은 신항과 북항의 모든 부두를 합쳐 1천920개만이다.

2016년 1천945만6천개, 2017년 2천49만개, 올해 2천167만개로 해마다 물동량이 100만개가량 늘면서 이미 적정선을 10% 이상 넘어섰다.

특히 부산항 물동량 70% 가까이 처리하는 신항의 과부하가 심해 일부 부두는 적정 처리능력을 20%가량 초과한 상태이다.



부두의 적정 처리능력은 선석, 하역 장비, 장치장 면적 등 부두별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한다.

이를 넘어서면 작업효율이 떨어지고 그만큼 하역 속도가 늦어져 신속한 서비스가 어려워진다.

배가 몰리는 시기에는 신항 부두에 컨테이너를 쌓아두는 적치율이 80%를 넘고, 일부는 90%대까지 치솟는다.

항만업계는 적정 적치율을 60%로 본다. 이를 넘어서면 부두 운영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부두 운영사들도 해수부가 제시한 적정 처리능력 산정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배가 몰릴 때는 선석과 장치장에 그다지 여유가 없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한다.

매년 늘어나는 물동량을 원활하게 처리하려면 시설확장이 필요하지만, 여러 가지 여건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신항 남쪽에 2021년 2월에 문을 열 예정이던 민자부두(2-4단계)는 바닷모래 공급 중단으로 공사가 많이 늦어져 개장 시기를 1년 이상 늦춰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두의 컨테이너 처리능력은 연간 200만개 정도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공사 진척상황으로 미뤄볼 때 개장이 2년 이상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현재 3개 선석을 운영하는 신항 5부두의 시설 확충도 지연되고 있다.

애초 지난해 말께 1개 선석을 추가 가동하기 위한 장비를 발주하려고 했지만, 올해 상반기로 미뤘다.

장비 제작과 시험가동에 1년 6개월 정도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2020년 이후에나 1개 선석을 추가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2022년 6월로 예정된 신항 서쪽 2-5단계 부두(3개 선석) 개장 전까지는 기존 시설로 매년 100만개씩 늘어나는 물량을 감당해야 해 신항 전체가 한계상황에 도달할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전체 부산항 운영 효율을 높이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신항을 이용하는 일부 선박들을 북항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해 신항의 부담을 낮추고 북항도 활성화하자는 주장을 한다.

부두 내 장치장을 많이 차지하는 빈 컨테이너 일부를 배후단지로 옮겨 장치장 적치율을 낮추면 부두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신항 부두 장치장에 쌓인 컨테이너들 가운데 절반 정도는 화물이 들어있지 않은 빈 컨테이너다.

보관료가 외국보다 싼 탓에 선사들이 부산항을 보관기지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신항 2-5단계 부두 준공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무인 자동화 도입을 둘러싼 논란 때문에 아직도 이 부두의 구체적인 운영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

부두 상부 시설 설계부터 하역 장비 도입 및 시험운영에는 2년 이상 필요하다.

계획대로 개장하려면 올해 상반기에는 운영 방향을 정하고 장비 발주 등을 마쳐야 한다.

항만공사 관계자는 "향후 완전 자동화하는 것을 전제로 우선 반자동화 시스템을 설치하는 쪽으로 준비해 개장에 차질이 없도록 서두를 방침"이라고 말했다.

lyh95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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