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기원 '시각장애인, 상처 찾는 반창고' 국제디자인 대상
바람 뿜어 상처 부위 인지해 치료…'약자 위한 디자인'으로 금·은상도 수상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앞을 볼 수 없는 우리 왕고모님이 손으로 물건을 찾다가 자주 다치시는 걸 봤어요. 혼자서도 치료하실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김차중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팀이 시각 장애인을 위한 상처 치료기 '제피어(Zephyr)'로 2018 스파크 디자인 어워드(Spark Design Award)에서 대상(Platinum)을 받았다고 24일 밝혔다.
제피어는 공기를 불어 상처 부위를 찾고 그 자리에 반창고를 붙이는 장치다.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람의 신 '제피로스(Zephyros)'에서 따왔다.
눈이 안 보이는 사람들은 상처를 입어도 그 부위를 찾기 힘들다. 손으로 더듬어 상처 부위를 만지다 보면 2차 감염의 우려도 생긴다.
김차중 교수팀은 이 문제를 '바람'으로 풀었다. 반창고가 들어 있는 막대형 장치 끝에 에어 펌프를 달고 엄지로 눌러서 공기를 내뿜도록 한 것이다.
즉, 바람으로 상처 부위를 느껴 바로 찾고 반창고를 붙일 수 있게 했다.
제피어는 막대 모양이라 비상약 상자에서도 손쉽게 찾고 집을 수 있도록 제작됐다.
김 교수는 "연로하신 제 고모님이 앞을 잘 보지 못하셔서 손을 자주 다치는 걸 보다가 고안해 냈다"며 "노인 등 약자를 위한 디자인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스파크 디자인 어워드에선 김관명 교수팀의 '100달러 도서관'과 정연우 교수팀의 '오로 플럼(Oro Plume)' 등도 약자를 위한 디자인으로 각각 금상과 은상을 받았다.
'100달러 도서관'은 교육 기회가 부족한 저개발 국가에 상자로 포장된 부품들을 배달하면 사용자들이 손쉽게 조립해 도서관으로 활용할 수 있는 콘셉트다.
'오로 플럼'은 고탄성 직물 소재를 써서 무게를 줄이고 바퀴 안에 모터를 장착해 팔 힘이 약한 사용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휠체어다.
울산과기원 관계자는 "실생활 문제를 공학과 디자인 융합으로 풀어내는 다양한 시도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며 "이번 스파크 디자인 어워드에서도 모두 여섯 작품이 수상했다"고 말했다.
스파크 디자인 어워드는 미국 IDEA, 독일의 Reddot, iF 등과 함께 세계적인 국제 디자인 공모전으로 꼽힌다. 이번 공모전 결과는 이달 초 홍콩 전시회에서 발표됐으며 시상식은 내년 1월 초 미국에서 열린다.
can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