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런 곳이…'16분만에 6명 사상' 성매매집결지 대책 시급
벽돌·슬라브 소재 50년 노후건물…밤샘 영업 후 함께 잠자다 참변
해체 분위기에도 아직도 전국 22곳 운영…"성매매여성 생존책 지원 절실"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성매매 집결지에서 발생한 화재는 노후한 건물과 여성들이 합숙하며 지내는 방식 탓에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이 많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별달리 갈 곳이 없는 성매매 여성들이 낡은 건물에 모여 함께 생활하는 성매매 집결지가 여전히 남아 있어 화재 같은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23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11시4분 강동구 천호동 성매매 집결지의 건물에서 불이 나 2명이 일산화탄소 중독 등으로 숨지고 3명이 연기를 들이마셔 중·경상을 입었다.
불은 16분 만에 꺼졌지만, 밤새 영업을 마치고 2층 숙소에서 잠을 자던 여성들이 쉽게 깨어나지 못해 결국 사망자가 발생했다.
50대 업주는 "불이야"라고 소리치며 잠자던 나머지 피해자들을 깨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자신이 숨을 거둬 안타까움을 더했다.
불이 난 건물은 벽돌과 슬래브로 지어진 노후 건물이다. 준공 일자가 1968년 7월5일로 올해 50년이 됐다.
스프링클러 등 소방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화재가 16분 만에 진화됐지만 6명이 사상하는 큰 피해를 낸 것도 허술한 관리 시스템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화재 원인을 분석 중이지만, 현재까지는 1층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점만 파악되고 있다.
결국 소방 시설이 없는 건물의 1층에서 불이 시작돼 빠른 속도로 연기가 퍼지면서 출구가 사실상 막히고, 이런 상황에서 뒤늦게 잠을 깬 피해자들이 1층으로 피신하지 못한 채 연기만 들이마신 탓에 피해가 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도 이런 노후 건물이 모인 성매매 집결지가 지방은 물론 서울에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2000년 군산 대명동 참사 등을 계기로 성매매 방지 특별법 등이 제정·시행되고 사회적 인식도 개선되면서 대부분 성매매 집결지는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에도 집결지를 떠나지 못하는 성매매 여성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들이야말로 다른 대안이 없어 이곳에 머물 수밖에 없는 '피해자'라는 것이 여성단체들의 판단이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미례 대표는 "군산 사고 이후, 업소 위에 숙소를 둔 형태의 성매매 집결지들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이번 화재에서 드러난 것처럼 여전히 존재한다"며 "집결지들이 전국에 존재한다는 것은, 언제든지 이런 비극이나 새로운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성매매 집결지는 애초 불법 영업장소이니 당연히 소방 점검 대상도 아니다"라며 "재개발·재건축을 진행하면서 성매매 피해 여성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또 다른 집결지의 여성들이 다시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에서만도 어제 불이 난 곳 바로 옆에도 여전히 성매매 집결지가 존재하고 있고 영등포나 미아리 등에서도 사라지지 않았다"며 "여성들이 당장 그곳을 빠져나와도 최소한의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사회가 제도를 만드는 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지난 9월 기준으로 전국에서 성매매 집결지 22곳이 운영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40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꾸려 이번 화재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건물주가 건축법등 관련법을 위반했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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