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 국경 망명거부 제동…'트럼프와 설전' 대법원장 동참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멕시코 국경을 통한 불법 입국자들에 대해 망명신청을 거부토록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조치가 미국 연방대법원에서도 거부됐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21일(현지시간) 불법 입국·망명을 차단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하급심과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이다.
앞서 지난달 19일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의 존 S.티거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남쪽 국경을 통한 대량 이민 해결을 위한 대통령 포고문'을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포고문은 불법 입국자들에게는 망명신청을 거부토록 하는 것으로, 캐러밴 행렬을 겨냥한 것이었다.
티거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포고문이 전례에 비춰볼 때 '과격한 일탈'에 해당하며, 이는 입국 방법과 상관없이 모든 이민자에게 망명신청 기회를 주는 연방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진 항소심에서 샌프란시스코 제9 순회 항소법원 역시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리자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대법원에 상고했지만 패소한 것이다.
특히 주목받는 점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사법부의 독립을 놓고 이례적으로 설전을 벌였던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이 제동을 거는 데 동참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고는 이날 5대 4로 기각됐다. 보수 성향의 로버츠 대법원장이 4명의 진보성향 대법관과 같은 편에 선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브렛 캐버노, 닐 고서치를 비롯해 보수 성향의 다른 대법관 4명은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찬성하는 편에 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자신의 '반(反)이민 정책'에 브레이크를 건 티거 판사를 '오바마 판사'로 몰아붙였고,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해당 판사에 대한 '공개적 방어'에 나서 행정부 수장과 사법부 수장이 공개 설전을 벌이는 사태가 빚어졌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임명된 티거 판사에 대해 "이 사람은 '오바마 판사'"라고 '폄하'하며 "이와 같은 일은 더는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걸 여러분에게 말하겠다.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해 미국의 대법원에서 승소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연방대법원 공보관실을 통해 배포한 성명을 통해 "미국에는 '오바마 판사'나 '트럼프 판사', '부시 판사'나 '클린턴 판사'는 없다. 우리에게는 자신들 앞에 선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인 판사들의 비범한 집단만 존재할 뿐이다"라고 반박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또 "이 독립적인 사법부는 우리가 모두 감사해야 할 대상(something we should all be thankful for)"이라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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