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보수당, 존슨 전 외무 '부르카 발언' 문제없다 결론
"주장 뒷받침 위한 풍자…무슬림에 대한 존중·용인 기반"
존슨, 부르카 입은 여성 '은행강도 같다' 묘사해 논란 불거져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보수당의 유력 정치인인 보리스 존슨 영국 전 외무장관의 '부르카 발언'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앞서 존슨 전 장관은 지난 8월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이슬람 전통복장 부르카(머리에서 발목까지 덮어쓰는 통옷 형태)를 입은 여성을 '은행강도', '우체통'과 같은 단어로 묘사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보수당은 독립 패널을 구성해 존슨 전 장관의 발언이 당 행동강령에 위반되는지를 검토해왔다.
대표적인 브렉시트(Brexit) 강경론자로 보수당 차기 당권 주자 중 한 명인 존슨 전 장관은 EU를 나치로 묘사하는 등 이전에도 막말과 독설, 비외교적 언사로 여러차례 구설에 오른 바 있다.
21일(현지시간)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5인의 변호사로 구성된 독립 패널은 존슨 전 장관의 묘사가 당 행동강령에 위반되지 않으며, 표현의 자유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했다.
보수당 행동강령은 보수당원이나 선출직에 있는 이들이 존경과 관용을 장려하는 예가 돼야 하며, 남을 괴롭히거나 학대하는 행위, 희롱하거나 불법적으로 차별하는 행위에 그들의 지위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패널은 존슨 전 장관의 발언이 자극적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견해를 강조하기 위한 풍자의 일환으로, 이를 지나치게 검열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존슨 전 장관은 덴마크가 공공장소에서 부르카와 니캅 등을 금지한 것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는 과정에서 이같은 묘사를 한 것으로, 무슬림(이슬람 교도)에 대한 존경과 용인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 행동강령이 개인의 표현의 자유에 우선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시 존슨 전 장관은 영국이 덴마크처럼 이슬람 전통 복장을 포함해 얼굴을 가리는 복장을 금지하는 데 대해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도 부르카와 같은 의복은 "매우 억압적"이며 "여성들에게 얼굴을 가릴 것을 요구하는 것은 기괴하며 약자를 괴롭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패널은 비록 논란이 있는 단어를 선택해 문제를 불러일으켰지만, 존슨 전 장관의 관점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당시 기고문 공개 이후 테리사 메이 총리를 포함한 보수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과 함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존슨 전 장관은 자신의 입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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