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北과 신뢰 쌓는 여러 방안 검토한다"는 미국

입력 2018-12-21 16:15
[연합시론] "北과 신뢰 쌓는 여러 방안 검토한다"는 미국

(서울=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도록 하기 위한 유화적 메시지의 발신 빈도를 높이고 있다. 21일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계기로 26일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위한 걸림돌이던 대북제재 문제가 해결됐다. 또 내년 봄 남북이 공동으로 시작할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의 장애 요인도 해소됐다. 북한 동포 지원을 위한 대북 타미플루 제공 문제도 풀렸다.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엊그제 입국하면서 대북 인도 지원과 관련한 미국인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에 대한 재검토 방침을 밝힌 데 이은 것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국면을 타개하겠다는 적극적 의지를 서울에서 드러낸 것이다. 비건 대표는 "우리는 북한 파트너와 다음 단계 논의를 하기를 열망한다"고 강조했다. 비건 대표는 대북제재를 완화할 생각은 없다는 원칙적 발언은 잊지 않으면서도 "북한과 신뢰를 쌓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도 말했다. 미국의 후속 조치들을 주목하게 하는 언급이다.

워싱턴의 움직임도 서울과 연동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새해 첫날부터 그리 머지않은 시기에 열리기를 기대한다"며 조기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뜻을 밝혔다. 비건 대표는 어제 처음으로 판문점을 찾았다. 올 한해 한반도 '해빙'의 상징적 현장인 판문점을 방문함으로써 비핵화·평화의 흐름을 구조화하기 위한 북미 실무회담을 빨리 갖자는 행보로 읽힌다.

북미 협상이 교착국면인 데다 미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과 관련, "서두를 것이 없다"고 발언해 미국이 북핵 문제를 뒷순위로 돌리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기도 했지만, 국무부 라인의 연쇄적 움직임은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는 협상 복원 의지가 뚜렷이 담긴 것이어서 반길 일이다.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계기로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면제 물꼬를 터는 미국의 태도가 북한에 긍정적인 신호로 읽히기를 기대한다.

문제는 미국과의 실무회담 테이블에 나오지 않고 있는 북의 태도다. 미국의 제재 완화 신호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오지 않는 데 따른 불만이 가장 큰 배경이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카운터파트인 비건 대표를 의식적으로 피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실무회담이 마냥 지체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탑 다운' 방식의 담판을 선호하지만, 이를 위해서도 실무회담의 관문을 거쳐야 한다. 하루빨리 최 부상과 비건 대표의 대좌가 이뤄지는 게 급선무이다.

내년 초까지가 한반도 비핵화·평화 협상의 운명을 가를 중대한 시기이다. 모멘텀이 이완되도록 더는 시간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이 내년 2월 퇴임하기로 한 결정이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속단하기는 이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결단이 정책을 좌우할 수 있어 유동성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 그 때문에 내년 초 이른 시일 내 북미 2차 정상회담이 개최돼 비핵화·평화 흐름을 불가역적으로 만드는 또 하나의 획기적 전환점이 만들어져야 한다. 해가 가기 전 북으로부터 대화 재개로 향하는 청신호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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