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에 막혔던 남북교류, '美 지원사격'에 순항 기대(종합)

입력 2018-12-21 21:47
제재에 막혔던 남북교류, '美 지원사격'에 순항 기대(종합)

美, 남북교류·인도적 지원 카드로 북미대화 견인 의도

800만 달러 대북 인도적 지원 집행은 해 넘길 듯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국제사회 대북제재에 가로막혀 있던 남북간 교류협력 사업들이 미국의 '지원사격' 속에 당분간 순항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은 남북교류와 대북 인도적 지원에 유연성을 발휘함으로써 북한은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북미협상의 교착국면을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보임으로써 앞으로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정부는 21일 열린 한미워킹그룹 2차 회의를 통해 남북의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과 유해발굴 사업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끌어냈다.

미국 정부는 이들 사업을 위해 북한에 들어갈 물자와 장비에 대해 제재 예외를 적용해주겠다는 뜻을 밝혀 속도감 있게 사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또 정부의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의 대북지원 사업도 미국의 지지 속에 조기에 집행될 계기를 마련했다.

정부는 회의에서 남북 간 인플루엔자 협력 방안을 미국 측에 설명했으며, 미국도 인도적 협력 차원에서 공감을 나타냈다.

앞서 남북 양측은 지난 12일 보건의료 실무회의에서 인플루엔자 정보를 교환하면서 남북간 인플루엔자 확산 방지를 위한 치료제 지원 등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여기에다 인도적 차원에서 추진돼온 이산가족 화상상봉과 북한 양묘장 현대화 등 다른 남북교류협력 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화상상봉은 남북 간에 영상을 주고받기 위해 북측에 반입해야 하는 통신선과 모니터 등 장비들이, 양묘장 현대화 사업은 일부 기자재가 제재목록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워킹그룹 회의 직후 "(화상상봉 등) 나머지 여러 가지 이슈들에 대해서도 모두 다 이야기를 했다"며 "잔잔한 문제들이 조금 남아있는 것 외에는 내년에도 계속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원칙적으로 한미가 남북협력사업의 추진에 공감대를 이뤘고 기술적인 협의가 남았다는 뜻으로 풀이돼 사업 추진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미국이 이처럼 한국 정부의 대북협력사업에 적극 협력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은 북미대화가 교착에 빠진 상황에서 남북협력사업을 통해 북한에 제재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관계개선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 대화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날 "북한과의 앞서 했던 약속의 맥락에서 우리는 양국 간 신뢰를 쌓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북한과 약속'은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합의 사항인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건 특별대표가 한미워킹그룹 회의 직후 "북한과 다음 단계의 논의를 하기를 열망한다"며 북미대화를 언급한 것에는 남북교류와 인도적 지원이라는 카드를 통해 북한을 다시 대화판으로 불러내겠다는 의도를 확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즉, 한국 정부의 중재 역할을 평가하면서 이번 워킹그룹 회의를 북미 대화로 가는 징검다리로 활용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미국의 의도는 "한국의 파트너로부터 훌륭한 아이디어를 들어 기쁘다"는 비건 특별대표의 발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다만, 우리 정부의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 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 집행은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이 본부장은 "계속 의논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차기 워킹그룹 회의는 내년 초에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 집행이 내년으로 미뤄지면 지난해 9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에서 통과된 남북교류협력기금 지출에 대해 다시 의결을 받아야 한다.

북측이 제안한 남북간 동·서해를 지나는 국제항공로 개설 문제도 이날 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아 빨라야 내년 이후에야 추진될 수 있을 전망이다.

북한이 지난달 남북 항공 실무회의를 통해 새 국제항로 연결을 제안하자 우리 측은 제재 위반 여부를 검토하면서 관계부처 협의도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anfou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