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한 드론 위협…성탄절 앞 완전 마비된 英 2대 공항
英 항공기와 드론 근접사례 3년새 3배…묘수 없어 고민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런던에서 남쪽으로 45㎞ 떨어진 영국 2대 공항인 개트윅 국제공항이 활주로 부근에 갑자기 출현한 커다란 드론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두 차례 출현한 드론으로 활주로가 전면 폐쇄되면서 일단 21일 오전 6시(현지시간)까지 비행기 이착륙이 전면 금지됐고 사태 해결을 위해 군까지 동원됐다.
공항에 수천 명의 발이 묶이면서 성탄절 휴가 시즌을 앞두고 대혼란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덩달아 드론 하나가 비행기와 공항에 초래할 수 있는 위험과 그에 따른 혼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에서 2015년 이후 3년 사이 항공기와 드론이 근접한 사례는 3배로 껑충 뛴 것으로 영국민간항공국의 이상접근조사위원회(UKAB) 집계로 드러났다.
2015년에는 29건이었으나 드론 이용이 날로 늘면서 2016년에 71건, 지난해에는 92건으로 급증했다.
캐나다에서는 지난해 10월 드론이 상업용 항공기의 날개 한쪽과 충돌했으나 경미한 피해에 그쳐 항공기는 무사히 착륙할 수 있었다.
2009년 1월에는 155명을 태운 유에스항공(US Airways) 여객기가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이륙한 직후 캐나다 기러기 떼와 부딪치고 나서 허드슨강에 비상착륙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이 충돌로 항공기의 양쪽 엔진이 훼손됐다.
캐나다 기러기는 무게는 보통 2~6.5㎏으로 일부 전문가용 카메라 드론은 이보다 무겁다.
드론으로 인한 항공기 피해와 관련한 연구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많은 기관의 연구 결과도 서로 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BBC 방송은 보도했다.
미국 데이튼 대학이 1㎏에 달하는 날개 4개의 드론과 시속 383㎞로 비행하는 상업용 항공기 간 공중 충돌 모의실험 결과, 피해는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참여한 또 다른 연구 결과, 항공기와 충돌 시 드론은 새보다 더 큰 피해를 줬다. 기체에 박혀 화재의 위험을 줄 수도 있었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의 라비 바이디아나탄 조교수는 "드론이 비행기에 주는 위협은 작지만 무시할 수는 없다"며 "가능성은 작지만 드론은 터빈 안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고, 2㎏이 넘는 드론은 조종사 앞 유리창도 파손할 수도 있다"라고 BBC 방송에 말했다.
영국에서는 지난 7월에 관련 법이 발효돼 공항의 1㎞ 내에서 드론을 날릴 수 없다. 또한 드론을 120m 이상 상공으로 날리는 것도 불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착륙하는 비행기는 120m 아래로 날 수 있는 만큼 실효성은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현재 영국 교도소들을 상대로 시험 중인 방법도 빌려올 수 있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했다.
영국 정부는 드론을 이용해 교도소 내로 마약을 전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교도소 주변에서 드론이 탐지될 때마다 무선신호를 차단하는 실험을 성공리에 마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공항에서 쓸 경우 자칫 다른 중요한 통신시스템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또 공항 주변에서 띄우는 드론의 작동자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은 만큼 드론과 그 이용자에 대한 의무적인 등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히스로 공항에 이어 영국에서 두 번째로 분주한 공항인 개트윅 공항의 활주로 주변에서는 지난 19일 오후 9시께 활주로 부근을 선회하는 드론 2대가 발견돼 이착륙이 금지됐다.
다음날 오전 3시께 활주로가 개방됐으나 45분 만에 또다시 드론이 발견되면서 활주로는 다시 폐쇄됐고, 공항에서는 엄청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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